교사 "유아발달 고려 안 해" 학부모 "사교육 부추겨"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6년째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박다솜씨는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교육부가 발표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만 5세 조기 취학은 유아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2025년부터 취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하자 유치원·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4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는 이날 대통령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유아의 성장·발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 현실과도 괴리된다고 지적했다.
유치원 교사들은 성장·발달이 미숙한 유아들이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7년차 어린이집 교사 A씨(27)는 “한글도 모르는데 교과서, 가정통신문 등 글자와 밀착해 생활하는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5년차 교사인 김모씨(29)는 “연령별 교육 방법이 따로 있다. 이를 교육대 재학 기간인 4년 내내 배우는 것”이라며 “유치원 누리과정 교육이나 7세 이하(만 5세 이하) 아동에 대한 교육심리학을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주로 교육격차를 우려했다. 8세와 10세 자녀를 둔 박모씨(36)는 “입학 시기가 당겨지면 사교육 시기도 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학제개편안은 중장기적으로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겨 결혼·출생률을 제고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범국민연대는 “유아들의 삶과 성장을 단지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종속시키는 정책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발표한 절차적 문제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윤기은·박하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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