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없이 민감 정책 투척.."비전문 교육수장" 우려 현실화
스스로 공개한 유력 시안·추진 계획 뒤집자 여론 “황당”
박순애 부총리 취임 뒤 학제개편 주도 “민감성 과소평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칠 것”이라며 급히 수습에 나섰지만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취학연령 하향 문제를 의견 수렴도 없이 갑자기 내놨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부처 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제개편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명 때부터 제기됐던 교육 전문성 부족 문제가 취임 한 달 만에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1일 전 부처가 총동원돼 학제개편안에 대한 반발 여론 수습에 나섰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예정에 없던 약식 브리핑을 열고 “입학 연령을 3개월씩 4년간 당긴다는 것은 아직 확정된 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전 사전브리핑에서 이르면 2025년부터 4년간 입학 연령을 3개월씩 앞당겨 15개월 단위로 초등학교 입학생을 묶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2개월씩 6년간 당길지, 1년씩 12개월간 당길지 등을 검토하고 지역별 출생 현황 등도 따져서 올해 말까지 시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스스로 공개한 유력 시안과 추진 계획을 사흘 만에 뒤집는 모습이 오히려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노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통화에서 “발달단계가 안 된 아이들을 조기에 입학시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제개편 같은 민감한 정책을 먼저 던져 놓고 추후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는 “학부모와 교육계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학제개편 추진에 분명히 반대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는 의견서를 대통령실과 교육부, 국회에 전달했다. 박 부총리는 “8월부터 전문가 간담회와 2만명 이상의 대규모 국민 설문,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도 인수위가 만든 국정과제에도 없던 학제개편을 불쑥 들고나온 데 대해 교육부는 “전 정부에서도 검토했고 국정과제에도 들어가 있는 안”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취학연령 하향이 구체적으로 국정과제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우리 아이들을 조기에 공교육에 편입시켜 안전하고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하고자 업무보고에 포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취학연령 1년 하향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은 박 부총리가 지난 6월 말 취임한 뒤 주도해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취학연령 하향이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에서는 박 부총리의 전문성 부족이 이번 일에서 드러났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제개편안은 과거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부터 검토됐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로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던 것인데 교육 관련 경력이 없는 박 부총리가 이 문제의 민감성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섣부른 만 5세 취학, 뒤늦게 “의견 수렴”
- 유치원·어린이집 이견 조율…15조원 넘는 재원 마련 쟁점
- 교사 “유아발달 고려 안 해” 학부모 “사교육 부추겨”
- 국민의힘 시의원들 식당서 ‘몸싸움 난동’···집기 깨지고 난장판
- 김건희 여사, 국화꽃 들고 시청역 참사 현장 추모
- 허웅 “전 연인 임신, 내 아이 아니란 의심 있었다”
- 32억 허공에 날렸다···개장도 못하고 철거되는 ‘장자도 흉물’
- 채 상병 특검법 국민의힘서 안철수만 찬성표···김재섭은 반대 투표
- ‘데드풀과 울버린’ 세계관 합병은 ‘마블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 푸바오-강철원 사육사, 3개월만 재회···할부지 목소리에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