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살 조기입학 학제개편, 누구를 위한 건가요?

한겨레 2022. 8. 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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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생과 2020년생 자녀를 키우는 아빠로서 며칠 전 발표된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소식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뉴스였습니다.

교육부는 제도 시행 전 취학연령 하향과 관련한 교육수요자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지만, 여러 교육주체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이번 방안이 발표되고 업무보고 뒤 대통령이 학제 개편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한 만큼 큰 틀에서는 학제 개편이 강행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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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살 초등입학' 논란]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만 5살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왜냐면] 이치헌 | 회사원

2019년생과 2020년생 자녀를 키우는 아빠로서 며칠 전 발표된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소식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뉴스였습니다.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 전 새 보금자리로 이사하려던 계획이 어그러졌고, 1년 터울 남매가 같은 해에 같은 학년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도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교육부 장관은 취학연령 조정이 “영·유아 단계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대상을 확대하여 사회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결과적으로 직업 시작 연령을 앞당기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피교육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제도 개혁을 통한 사회구조 개선과 경제적인 목적 달성에만 초점을 둔 결정으로 보이는 것은 부모의 괜한 의심일까요?

현재 영·유아 교육과정은 심신 발달과정에 따라 0~2살 표준교육과정과 3~5살 누리교육과정으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이번 취학연령 조정은 미국 등에서 5살을 대상으로 0학년처럼 운용하는 프리스쿨(preschool)을 도입한 게 아니라, 단순히 기존 체제에 5살을 조기 편입시키는 방식이어서 초등학교 교육을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것입니다. 앞서 1995년 12월 교육법이 개정돼 만 5살 아동의 초등학교 조기입학이 허용됐지만, 현재 조기입학자 수가 현저히 줄어든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초등교육 시작 시기는 국제적으로도 늦은 편이 아닙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보면,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을 제외한 미국, 독일, 일본 등 오이시디 가입국 대부분은 초등교육을 6살에 시작하고 3~5살은 영·유아 보육 및 교육(ECEC)을 받습니다. 더욱이 해당 지표에서는 이시이시가 유아가 학교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지적, 신체적, 정서적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여러 교과에 요구되는 선행적인 이해와 함께 문자언어 및 수학의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초등교육과정과 나눠 설명합니다. 이어 학업 중심 과정에 참여하기 전 유아 주도 자유놀이 학습에 참여하는 것이 유아의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하며 초등교육과는 다른 영·유아 보육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는 5.1% 수준으로 오이시디 평균 이상이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업성취도평가로 확인되는 기초학력 미달 중·고교생 수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학생 교육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TIMSS)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지수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일방적인 공교육과정 확대는 초·중·고 과정에서 끊임없이 문제 되고 있는 지나친 사교육 의존으로 인한 교육 불균형이 유아기로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제도 시행 전 취학연령 하향과 관련한 교육수요자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지만, 여러 교육주체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이번 방안이 발표되고 업무보고 뒤 대통령이 학제 개편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한 만큼 큰 틀에서는 학제 개편이 강행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인재육성을 담당하는 교육부를 경제부처 중 하나로 여기는 대통령의 인식은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부는 단순한 학령기 하향이 아닌 공교육의 가치를 인정받는 방안이 뭔지 우선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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