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 1년 앞당겨..반발 속 난항

진태희 기자 2022. 8. 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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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잇단 반발 속에서도 정부는 학제개편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관련 내용, 취재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교육부 출입하는 진태희 기자 나왔습니다. 


2025년부터 초등학교를 1년 일찍 입학시킨다는 계획인데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진태희 기자

박순애 부총리는 이번 학제개편이 아이들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시도했던 학제개편은, 저출생으로 노동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이나 출산연령 시기를 앞당겨, 산업인력을 사회에 빨리 배출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컸습니다. 


교육부에선 2019년생부터 2022년생까지를 25%씩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만 5살, 한국 나이론 7살에 입학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규모인 만큼, 입학 인원을 추가해 학교 현장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집니다.


2025년에 2018년 1월부터 2019년 3월생, 2026년에 2019년 4월부터 2020년 6월생이 추가로 입학하는 식입니다.


이혜정 앵커  

그런데, 우리가 아이를 키워보면, 같은 해에 태어난 1월생과 12월생 아이들 사이에서도 발달 수준 차이가 사실은 엄청납니다.


그래서 유아 단계에서는 우리가 연령보다 월령이라는 개념을 쓰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1월생과 다음 해의 3월생이라고 하면, 초등학교에 과연 함께 입학해도 되는 걸까요?


진태희 기자

교육 현장에서도 이번 학제개편안을 두고, 만 5살이 초등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지 발달 과정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는, 오늘 대통령실에 제출한 공동요구서에서, 지금도 만3~5세 유아의 발달 단계에 따라 교실 크기와 형태, 화장실과 급식 등 시설 환경이 달라지는데, 이런 차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만 5세 유아의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도 이런 발달 단계 우려 등을 이유로, 학교 현장에선 조기 입학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2021학년도 초등학교 조기입학 아동은 537명으로, 전체 초등학교 입학 인원의 0.125%에 그쳤습니다. 


이혜정 앵커   

조기입학을 할 수 있지만, 부모들이 안 보내는 거죠.


교육부에서는 해외에서도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경우가 있다고 이유를 댔습니다.


그런데 해외 사례를 봤더니, 또 그렇지만은 않다고 하죠?


진태희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34개국이 취학연령이 만 6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27개국이 만 6세, 스웨덴, 핀란드 등 8개국은 만 7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물론, 이중 대부분 국가가 9월 개학이라, 실제로는 만 5.5세에 입학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국가에서 만 5.5세에 진학한다하더라도 영유아 시기의 6개월 차이는 굉장히 크다는 입장입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가급적 교육 체계에는 늦게 편입하자는 추세라,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경우에도 부모들의 요구로 만 7세로 늦춰친 바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교육부는 이렇게 학교를 1년 빨리 보내겠다 하면서, 그 이유로 돌봄 문제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해가 잘 되질 않아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오히려 초등학교가 더 빨리 끝나잖아요? 


진태희 기자

가장 크게 나오는 게 돌봄 공백인데요. 


어린이집, 유치원 등은 하원 시간이 5시 안팎인데, 초등학교 1학년은 1시 안팎에 하교해, 초등학교로 일찍 아이들을 편입하게 되면,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물론 학교에도, 돌봄 교실이 있지만 인원이 제한적이라,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순애 부총리가 초등 1, 2학년의 돌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유치원의 돌봄도 그렇게 확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려가 여전합니다.


또, 조기 입학 부담이 자칫 조기 교육으로 이어져, 이른 시기인 영유아 단계부터 선행학습을 위한 과잉 사교육 열풍이 불 거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아이들이 만 5세에 학교를 가려면 만 4에는 한글을 떼야 한다, 이런 사교육 압박도 사실상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1년 일찍 입학하는 것, 실제로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진태희 기자

만약 학제개편이 시행된다면, 1949년 '교육법' 제정 이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 학제가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도 시도했다가 번번이 무산된 만큼, 학제개편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무엇보다 2025년부터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낮추려면 2024년까지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정국과 계속되는 여론 반발 속에서 실제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까지 최종 시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시행 1년 전인 2024년까지 방안을 세우고, 원하는 지역에서 시범 실시할 예정이라는데요, 반발이 거센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혜정 앵커 

중요한 건 역시나, 아이들의 발달 단계 맞는 교육이겠죠.


만 5세, 우리 나이로 일곱 살입니다. 


이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지, 본격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나이인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정책 결정을 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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