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공동소송대리' 논란/중] '권리보호'가 핵심.. 변호·변리사, 대립 말고 '협업'해야

이준기 2022. 8. 1. 19: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법가치에 따라 단독진행 한계
소비자 이익위해 상호보완 필요
민사소송법에도 위반소지 없어
특허심판원 심판정의 심결취소소송 모습. 디지털타임스 DB

"변호사 경험에 비춰볼 때, 실제 특허침해소송에서 대다수 의뢰인은 변리사를 함께 선임한다. 간혹 변호사 단독으로 대리할 경우 기술적 내용에 대한 즉답이 어려워 방청석에 있는 변리사가 쪽지로 발언 내용을 전달하는 일을 여러 번 목격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변리사법 개정안 관련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공청회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이 의원이 목격한 것처럼 사실상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와 변리사는 협업을 통해 대리인 역할을 공동 수행하고 있다.

◇변리사·변호사 상호 보완… '법률 소비자 이익' 극대화= 특허침해소송 변호사·변리사 공동대리제 도입을 골자로 한 변리사법 개정안은 '기술 전문성'과 '법률 전문성' 가운데 어느 쪽에 사법적 가치를 더 많이 둘 것인가에 따라 변리사와 변호사 간 법적 수용성이 크게 갈린다.

먼저, 변호사들은 법률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할 경우 법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대로 변리사들은 특허와 기술 전문성이 부족한 변호사가 지금처럼 단독 대리하면, 소송 당사자의 권리를 제대로 유지·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와 변리사 각자의 법률적 전문성과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것. 변호사가 소송 대리인으로 특허침해소송에 참여하고, 변리사가 추가 소송 대리인으로 합류하면 상호 보완적 관계를 통해 양측이 우려하는 법률 소비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소송대리권 도입 필요성에 설득력을 더해 준다.

특허청 한 관계자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변리사와 변호사가 서로의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협업을 통해 특허침해소송을 수행할 수 있어 개인이나 중소·벤처기업 등이 침해소송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해 줄 수 있고, 소송 당사자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사소송법과 충돌 소지 없어…"변리사법서 소송대리권 규정"= 변호사들은 공동소송대리제 도입을 통해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를 허용하는 것이 의료 소송에서 의사가 직접 소송대리를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강변한다.

하지만, 변리사는 수십 년간 특허법원, 대법원에서 심결취소소송 대리 업무를 줄곧 수행하면서 기술 전문성뿐 아니라 기술이 가지는 특허법상 가치와 실체적 사항에 대해 지식과 이해도를 두루 갖춘 유일한 전문가 집단이다. 이런 점에서 변호사들이 예로 든 의료 소송의 경우도 의사가 아닌 기술 발명가, 연구개발자, 엔지니어 등이 더 적합하다고 변리업계는 맞대응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동소송대리제는 민사소송법의 '변호사 대리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도 지적한다. 민사소송법 제87조에 의하면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조항은 다른 법률에서 허용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재판상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

이 때문에 변리사도 특허 등 침해소송에 한해 법률에 따른 적법한 대리인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어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민사소송법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게 변리업계의 판단이다.

일본도 민사소송법에 '변호사 대리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나, 변리사법에서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변리사 소송대리권을 2002년 규정해 20년 넘게 조화롭게 운영하고 있다.

한편 변리사법 개정안은 민사소송법의 '개별대리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초 논의 과정에서 '공동으로'라고 돼 있는 문구를 삭제하고, 소송 절차 중 재판기일에 출석 시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도록 수정 의결함으로써 변호사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변리사협회는 "변리사법 개정안은 기존과 같이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소송을 대리하되, 필요시 변리사를 보조 대리인으로 두기 위해 사건 수임과 법정 출석에 대해 일정한 제약을 둔 것"이라며 "변리사도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여러 소송대리인 중 한 명으로, 증거신청과 서면제출, 변론, 증인심문 등 일체의 대리 행위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어 개별대리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변리사가 특허 등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변리사법 제8조 위헌 확인 결정문 보충 의견'을 통해 특허침해소송의 신속화·전문화 및 법률 소비자 권익을 위해 '변호사·변리사 공동대리'를 허용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해 공동소송대리제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이준기기자 bongchu@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