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좋아한다는 것, 고래를 본다는 것

한겨레 2022. 8. 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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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동물이 있습니다.

고래를 좋아하는 필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인기에 힘입어 고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며 다소 걱정됐습니다.

우영우의 입을 빌려 고래를 좋아한다는 것과 수족관에서 고래를 관람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되는 행동인지 알려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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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법무법인 한바다’의 고래 사진. 영상 갈무리

[왜냐면] 한주현 | 변호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래입니다. 우영우는 고래에 푹 빠져 있는 인물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고래 이야기를 하고 신선한 법적 아이디어를 항상 고래의 울음소리와 함께 떠올리곤 합니다.

필자도 우영우만큼은 아니지만 고래를 참 좋아합니다. 고래만큼 신비로운 동물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래는 바닷속에 살지만 어류가 아닌 포유동물이어서 사람처럼 임신하고 출산해 새끼에게 젖을 먹입니다. 지능이 높아서 자기들끼리 초음파를 언어처럼 이용해 의사를 소통하는데, 인간들이 거주 지역에 따라 고유한 사투리를 구사하듯이 고래들도 서식 지역에 따라 의사소통 방식이 약간씩 다르다고 합니다. 고래의 한 종류인 돌고래는 사람에게 친근함을 보이는 동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위험에 빠진 서퍼를 돌고래가 도와주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래를 좋아하는 필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에 힘입어 고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며 다소 걱정됐습니다. 고래의 인기는 고래를 직접 보려는 욕구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고래를 보기 위해 수족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수족관의 고래 개체 수를 늘리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 4화는 이런 필자의 우려를 불식해줬습니다. 우영우의 입을 빌려 고래를 좋아한다는 것과 수족관에서 고래를 관람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되는 행동인지 알려줬기 때문입니다. ‘수족관에 가서 고래를 본 적이 있냐’는 준호의 물음에 영우는 화들짝 놀라며 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과도 같은 장소임을 알려줍니다.

우영우의 말처럼 수족관은 고래가 살기에 매우 부적합한 환경입니다. 고래는 하루에도 수백㎞를 움직일 수 있는 엄청난 동물입니다. 그런 고래를 불과 너비 10~20m 정도에 불과한 수족관에 넣어두는 것은 감금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포유동물인 고래는 모성애가 지극한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가 수족관에서 만나는 고래들은 그런 모성애 가득한 어미 고래에게서 강제납치한 새끼고래입니다. 수족관은 전적으로 인간의 유희를 위한 공간일 뿐 고래를 위한 공간은 아닙니다.

필자가 속한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은 2020년 고래를 전시하는 경남 거제 한 수족관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대리한 바 있습니다. 2013~2020년 돌고래 9마리가 폐사한 그 수족관에서는 관람객이 돌고래를 만지고 서핑보드처럼 발로 밟고 타도록 하는 체험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동변은 그 수족관이 돌고래를 감금해 고통을 주거나 죽음에 이르게 해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와 동물원 또는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자는 보유 생물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한다’는 동물원수족관법(제8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래를 좋아한다는 것이 단순히 고래를 보고 싶은 마음으로만 이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고래가 진짜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를 고민해보는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우영우만큼은 아니지만 고래를 좋아하는 필자의 생각에는, 정형행동만을 반복하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좁은 수족관은 확실히 고래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닙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육지, 고래가 사는 곳은 바다입니다. 굳이 그 두 동물이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할까요? 각자의 터전에서 각자의 습성대로 살다가 우연히 서로 조우하게 될 때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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