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국민제안 톱10'.. 클릭수 조작 정황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제안 심사위원회 출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 의무휴일 폐지'로 관심모은 윤석열 정부의 국민제안에서 '어뷰징'(abusing·의도적 클릭수 조작)이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원래 국민제안 톱10에서 우수제안 3건을 추리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열흘 동안 진행한 국민제안 대국민 온라인 톱10 투표에서 많은 시민이 호응해주셨지만 방해 세력에 의한 '어뷰징' 사태가 있었다"며 "당초 우수 제안을 3건 선정하기로 했으나 이번에는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투표 진행과정에서 해외 IP에 의한 다수의 어뷰징 사례가 나타나 톱3 제안을 선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1~31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접수된 민원·제안·청원 1만2000여건 가운데 심사를 거쳐 우수제안 10개를 온라인 국민 투표에 부쳤다. 최종적으로 우수제안 3개를 골려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관계자는 "어뷰징을 통해 우리가 하려는 제안 제도를 방해하려는게 아닌가 느낌을 받았다"며 "변별력있는 온라인 투표하는 것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해킹, 보안문제는 아니고 우리가 점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음번에 숙고해서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국민들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우회적으로 (투표에) 들어오는 부분이 그렇게 극렬할지는 몰랐다"며 "우수제안 10건에 대해서는 모두 대통령 시계를 드려 수상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제안 투표에 이목이 집중됐던 것은 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가 10년만에 폐지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투표에 부친 우수제안 10개 중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대형마트 격주 의무휴업 규정을 폐지하고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 항목이 최다 득표수(좋아요 57만7415개)를 얻으며 국민제안 투표 1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실효성이 낮은 의무휴일 폐지를 포함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제한하는 조항 등을 개선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 대형마트 규제완화가 본격화한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그러나 중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규제완화는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