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반대".. 거리로 나서는 교원·학부모

정민지 기자 2022. 8. 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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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 설문, 전국 교원 95% "반대".."즉각 철회" 성명·집회 잇따라
대전일보DB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을 두고 지역 교육계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유아 발달 특성을 무시한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날선 비판과 함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반대 성명이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1개월씩 12년에 걸쳐 취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거론되면서 교육계의 우려감은 더 짙어지는 양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일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 "전국 교원 중 95%가 만 5세 초등 입학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향후 추진 과정상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현행 만 6세(한국 나이 8세)인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2025년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만 5세(한국 나이 7세)로 낮추는 내용을 업무보고했다.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영·유아 단계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대상을 확대하고 출발 선상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교 현장 혼란과 입시 경쟁 과열 등 우려가 나오자 그에 대한 대안으로 1개월씩 12년에 걸쳐 취학을 진행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박 장관은 1일 한 라디오에서 "너무나 많은 우려사항(이 있고), 어떤 선호도가 낮다고 한다면 사실은 12년에 갈 수 있겠다. 1개월씩 당겨서"라고 말했다.

취학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나왔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실제 개편이 추진되진 못했다. 그럼에도 사전 논의나 정책 연구 등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 발표라는 점, 유아 발달을 무시한 경제논리라는 점 등에서 교육계는 연일 반대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충남지역 초등학교 교사 최모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은 입학 초기 교육이라 해서 급식실 식판 잡는 법, 줄 서는 법, 자리에 앉는 법 등 기본생활을 일일이 잡아줘야 하는데 여기서 한 살 더 어린 아이들이 들어오면 교사들보다도 아이들이 더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대전지역 초등학교 교사 이모 씨도 "교육당국은 교사나 학교 현장 목소리를 전혀 들어보려 하지도 않고 매번 통보식"이라며 "부모가 아이를 자유롭게 키울 수 있는 사회 제도를 만드는 게 우선이어야지, 반대로 아이를 일찍 취학시킨다는 건 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아교육계 역시 반대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최근 출산해 육아휴직 중인 유치원 교사 김모(대전 유성구·28) 씨는 "유아교육과정이 놀이중심으로 바뀐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교육과정을 뒤엎는 듯한 개편안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 생각한다"며 "아주 만약에 우리 아이가 발달이 느린 채로 취학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최악"이라고 토로했다.

일선 현장뿐 아니다. 교육 관련 단체들은 반대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며, 이번 정책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 등은 이날 대통령실·교육부·국회 교육위원회에 '초등 취학 연령 하향 반대' 공동요구서를 전달한 뒤 성명서를 내놨다.

이들은 요구서를 통해 "만 5세 초등 취학은 경제논리만 앞세워 유아의 특성과 발달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히려 조기 사교육만 조장하고 유아의 행복권을 박탈할 뿐"이라며 "만 3-5세 유아는 1-2개월 차이만 나도 큰 발달 격차를 보이는 현실인데 연령이 다른 유아를 일률적으로 한 교실에 몰아넣은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도 성명서를 통해 "만 5세 아동은 교과 중심의 초등학교 1학년 40분 수업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로, OECD 38개 회원국 중 만 5세 이하 입학은 4개국에 불과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충분한 공론화 및 체계적인 준비 없이 학제 개편안을 밀어붙일 경우 돌봄공백, 경쟁교육 심화 등 심각한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육정책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춤추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학제개편 논란과 관련해 전국 유·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만 662명 중 94.7%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반대 이유로는 '아동의 정서 등 발달단계와 교육과정 난이도 등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가 82.2%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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