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이상은 배출 스타등용문.. 뮤지션들 '꿈의 무대' 돌아왔다
과거 수많은 국민가수·명곡 배출
9월 3일 원주 간현관광지서 본선
1200명 지원 무대 향한 열망 여전
참가자 다양한 장르 창작곡 선봬
"'강변가요제=기회' 상징성 영향
아이돌 쏠린 음악계에 새 가능성"
그 시절 매년 7∼8월 청평유원지와 남이섬 등 북한강 유역에서 주로 개최됐던 강변가요제는 본선 날이면 MBC TV와 라디오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 생중계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수많은 스타와 명곡이 가요제를 통해 배출됐기 때문이다.
강변가요제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대표적 가수는 ‘J에게’를 부른 이선희(5회)와 ‘담다디’라는 곡으로 열풍을 일으킨 이상은(9회)이다. 이 밖에도 박미경(민들레 홀씨 되어·6회), 바다새(바다새·7회), 박선주(귀로·10회), 육각수(흥보가 기가 막혀·16회), 장윤정(내 안에 넌·20회) 등 나열하면 숨찰 정도로 강변가요제 출신 가수가 많다. 배우 한석규(5회)와 방송인 이수근(17회) 등도 도전장을 던졌을 정도로 강변가요제는 ‘스타 등용문’이었으며 ‘히트곡 배출 가요제’였다.
하지만 2001년 22회를 끝으로 강변가요제는 막을 내렸다. 대중음악계 판도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Mnet이 2009년에 방영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후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SBS ‘K팝 스타’ 등 방송사들이 각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경쟁하듯이 내놨다. 이로 인해 강변가요제가 설 자리가 사라진 결과였다.
◆돌아온 강변가요제, 변화의 방향은?
지난달 26일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된 예선 3차 심사 현장에선 이러한 변화를 실제 참가자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심사에 앞서 리허설 무대가 언론에 공개됐는데 친숙한 발라드와 댄스부터 포크, 메탈 등 장르도 다양하고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 대금, 아코디언 등 기존 대중음악에서 접하기 힘든 악기도 다수 등장했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 면면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즈 록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멤버이자 강변가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종진은 “창작곡을 심사하는 예선 1,2차 때 20∼30년 전 강변가요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음악을 (참가자들에게서) 많이 들을 수 있었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음악도 변했다는 걸 느꼈지만, 확실한 건 강변가요제 느낌과 정신은 변하지 않고 물씬 풍겼다”고 감탄했다. 작곡가 윤일상은 “이 정도로 진정성을 가진 참가자들이 빼곡하게 담긴 경연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며 “재야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모두 여기로 몰린 것 같다”고 자랑했다. 가수 박선주도 “실용음악 전공자가 아닌 뮤지션들이 많이 참가해 다들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뉴 강변가요제의 미래
이날 심사에서 합격한 12팀은 다음달 열리는 본선에서 지원서 작성 때 제출했던 창작곡을 부르게 된다. 해당 방송은 MBC Music을 통해 생중계된다. 입상 뮤지션들에게는 총 상금 1억원이 주어진다. MBC와 전속 계약을 맺지 않아도 되며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특정 가요제 출신은 일정 기간 주최 방송사 프로그램에만 출연할 수 있었다. 더불어 예선 3차와 본선에서 부른 노래는 추후 음원으로 제작, 공개된다. 이러한 혜택도 중요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창작물로 노래를 부르는 유일한 창작곡 경연 대회’라는 가치를 더욱 강조했다.
“20여년간 대중음악계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게 경연(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그 경연 대부분은 남의 곡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변가요제에는 (창작이라는) 순수 정신이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노래를 창작하는 순수한 노고를 하고, 그런 순수한 노고의 정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합니다.”(김종진)
강변가요제를 실질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MBC 이연빈 PM(Product Manager)도 “과거 강변가요제와 동일하게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본인 음악으로만 경연에 참가할 수 있어서 현재 진행되는 타 경연 방송 프로그램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제일 큰 기대는 이번 강변가요제를 통해 예전처럼 새로운 스타와 명곡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번 강변가요제는 ‘싱어송라이터의 축제’라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번 가요제에도 ‘담다디’나 ‘J에게’ 같은 국민가요가 나오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심사위원진·MBC 일동)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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