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대면 모임에.. "경로당 또 문 닫나" 우울한 노년층

조희연 2022. 8. 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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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과 노인 간 여가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률적으로 시행하기보다 개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고령층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인 만큼 대면 모임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백선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0대 이상 고령층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여가활동이 위축되고 여가만족도가 떨어진 세대"라며 "향후 이들의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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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세대 간 여가 활용 격차 심화
젊은층선 'e스포츠 경기 관람' 등
온라인으로 오프라인 활동 대체
커뮤니티서 사회적 관계 형성도
32%만 "만족도 낮아졌다" 응답
60대 이상은 인터넷 활용 서툴러
뉴스 검색·웹서핑 등으로 한정적
코로나 재유행 대면활동 위축 우려
#1. 차모(85)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로당이 폐쇄되자 삶의 낙이 사라졌던 기억이 있다. 평소였다면 경로당에서 사람들과 웃고 떠들었을 시간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집에 머물거나 산책뿐이었다. 집에서 눈이 아파 TV나 휴대전화를 오래 들여다볼 수 없었다.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가서도 마주치는 사람 대부분이 처음 보는 이들이라 쉽게 말을 붙이지 못했다. 그는 “경로당이 다시 문을 연 뒤로는 사람들이랑 커피도 마시고 우스갯소리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며 “근데 요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걸 보면 또 경로당 문을 닫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전모(27)씨는 코로나19 이후 대면 모임이 제한되자 ‘집관’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됐다. 집관은 ‘직관’ 대신 ‘집에서 관람한다’는 의미로, 전씨는 e-스포츠 중 롤 경기 직관을 즐긴다. 전씨는 집관의 장점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팬들과 함께 경기를 보기 때문에 소속감도 더 강하게 느낀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인터넷 방송에서 경기를 보면 내가 응원하는 팀의 다른 팬들이 올리는 채팅도 볼 수 있다. 같이 응원한다는 기분이 집관의 큰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년과 노인 간 여가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대면 모임이 익숙한 노인들은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었고, 젊은층은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았다. 고령층이 고립되지 않도록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서울연구원의 ‘뉴노멀시대 서울시민 여가행태 변화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60대 이상의 54.3%는 여가생활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전체 연령 평균인 46.4%를 웃도는 수치다. 20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20대 중 코로나19 이후 여가생활의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31.9% 수준에 그쳤다. 만족도가 높아진 비율(22.8%)도 60대 이상(8.3%)보다 높았다.

격차의 원인은 ‘온라인 대체 가능성’이다. 디지털네이티브로 불리는 20대는 온라인 활동에 익숙하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여가활동을 큰 어려움 없이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e-스포츠 경기 관람, 랜선투어(온라인에서 영상으로 여행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여가활동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온라인 활동은 주로 뉴스검색이나 웹서핑 정도에 국한돼,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은 온라인에 익숙할지라도 지인들은 그렇지 않아 온라인 여가생활을 ‘함께’ 즐기는 데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과거 영어 강사로 일했던 김모(67)씨의 경우 유튜브로 기타도 배우고, 인터넷 강의로 외국어를 배울 정도로 온라인 활동에 능숙하지만 이를 친구들과 같이하지는 않는다. 김씨는 “친구들과 만난 건 등산 갔을 때”라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고령층의 여가생활이 또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률적으로 시행하기보다 개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고령층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인 만큼 대면 모임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 배송기사로 일하는 박모(78)씨는 이미 이달 초부터 자발적으로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한 달에 두 번씩은 만나던 직장 친구들과의 모임을 올여름에는 갖지 않기로 했다”며 “다들 70대 고령층이다 보니 조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임을 취소하니 퇴근 후에는 주로 집에서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1일 한 임시선별검사소에 시민이 검사받고 있다.연합뉴스
백선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0대 이상 고령층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여가활동이 위축되고 여가만족도가 떨어진 세대”라며 “향후 이들의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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