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 연체해도 이자 깎아준다는데..모럴해저드 '도마 위'

서상혁 기자,한유주 기자 2022. 8. 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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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10일 이상 90일 미만 자영업자, 새출발기금 '부실 우려 차주' 범위에 포함
'부실 우려 차주'엔 3~5%로 금리 조정..금융권 "모럴해저드 성행할 것"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뚜렷해지면서 기업들도 직원의 확진자 발생 추이 모니터링 강화와 회식자제 등 대응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식당, 주점 등 자영업자 매출에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25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2.7.2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한유주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중 금융회사에서 10일 이상 대출금을 연체한 이들을 '예비 부실 차주'로 규정하고 이자를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 방역에 동참한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고 부실을 예방한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선 지원 문턱이 낮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성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캠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각 금융권은 이 같은 내용의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실행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내놓은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에서 캠코에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자영업자의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뉴스1이 입수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실행 계획 초안'에 따르면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대상은 개인사업자·소상공인 중 올 6월말 기준 금융권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를 받고 있거나 손실보상금·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수령하고 있는 자다. 지원한도는 총채무액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는 25억원, 법인 소상공인은 30억원이다.

대출금을 3개월(90일)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는 보증부·무담보 대출 원금의 60~90%를 감면해준다. 새출발기금이 차주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재산과 소득을 초과한 부채에만 채무조정이 진행된다. 원금의 90%를 감면하는 지원은 기초생활수급자, 고령자 등 원금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에만 해당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부실 우려 차주는 상환 기간에 따라 대출 금리를 내려준다. 무담보·보증부 대출은 연 3~5%, 담보대출은 연 3~4%대의 금리로 조정된다. 정부는 부실 우려 차주는 일차적으로 신복위의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가 신복위의 채무조정 제안을 수락할 경우 그대로 조정에 들어가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새출발기금으로 채무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부실 우려 차주'의 기준이다. 정부와 업계는 부실우려차주의 기준 중 하나로 '금융회사 채무 중 어느 하나의 연체일수가 10일 이상 90일 미만인 자'를 선정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10일만 대출금을 연체하더라도 연 15%대의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연 3~5%대의 금리로 낮출 수도 있다. 문턱이 낮은 만큼 일각에서는 고의로 대출을 연체하는 모럴해저드가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30일 미만의 연체는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는 점을 감안하면 '10일 이상'이라는 기준은 문턱을 너무 낮추는 것이라고 본다"며 "이자를 내는 것을 깜빡 잊고 10일 정도 연체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지원해 금융권의 부실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채무 상환 의무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인식이 퍼질까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부실 우려 차주의 기준으로는 △금융회사의 만기연장‧상환유예 거부 차주 △6개월 이상 장기 휴업자·폐업자 △기한이익상실(대출금 회수 대상) 차주 △세금체납 등 신용정보관리대상 등재 차주 △최근 6개월간 5일 이상 연체횟수 3회 이상인 개인 사업자 △개인신용점수 하위 20% 이하인 개인사업자가 제시됐다.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채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아직 채무 조정을 신청한 부실 우려차주에게 부과되는 '불이익(페널티)'은 따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으로 원금을 감면 받은 차주는 '새출발기금 이용정보(공공정보)'를 기록해 신규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불이익을 부과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선 '수익성'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부실 우려 차주들이 채무조정으로 금리를 낮추면 금융회사의 수익도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2금융권의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은 지난 27일 새출발기금 관련 실무회의에서 10일 이상 연체 기준을 포함한 일부 조건을 조정해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신청 요건이 너무 쉬운 만큼 '부실 우려'의 기준을 좀 더 높이면 좋겠다는 게 전반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새출발기금 지원대상 부실(우려)차주 기준, 금리 수준, 채무조정 한도 등 세부 사항은 금융권 및 각계 전문기관과 협의 중인 사항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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