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에 힘싣기?..韓총리 '이례적 행보'

강길홍 2022. 8. 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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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창립 61주년 행사 참석
윤종원 회장 소상공인 지원 격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IBK기업은행 창립 61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 중구 기업은행 을지로본점에 도착,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IBK기업은행 창립 61주년 기념일 행사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총리가 개별 금융사의 창립기념일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데다, 50주년이나 60주년 같은 특별한 기념일도 아닌 61주년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 총리의 '러브콜'을 받았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이때문에 윤 행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 총리가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새로운 60주년을 향한 힘찬 여정'이란 주제로 창립 61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 총리를 비롯,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등 각계각층이 참석해 지난 60년의 중소기업 지원 노고를 치하했다.

윤종원 행장은 기념사에서 "60년 전 기업은행은 자본금 2억원의 작은 금융기관이었지만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소임의 크기는 작지 않았다"면서 "국가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고 경제위기 때마다 중소기업의 금융안전판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변혁, 기후변화, 양극화 등 녹록지 않은 도전들에 직면해 있지만 새로운 60년에도 국책은행의 역할에 충실하고 은행 스스로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행장은 또 "중소기업·소상공인 위기극복 지원, 중소기업금융 패러다임의 전환, 바른경영 정착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총리는 축사에서 "IBK기업은행은 지난 60년간 중소기업의 육성과 성장을 견인하고 우리나라 금융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며 기업은행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고 벤처산업 육성과 혁신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기업은행측은 한 총리의 참석은 기업은행이 시행하는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업은행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2년간 총 26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9월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정부에서 마련한 대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한 총리의 이번 행보에 다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요즘처럼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고, 윤 대통령 지지율도 20%대로 추락한 때 총리가 시간을 내 기업은행을 방문한 것은 윤 행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윤 행장은 새정부 들어 한 총리의 추천 등으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경력으로 인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대 여론이 불거졌고, 결국 윤 행장 스스로 직을 고사했다. 이후 윤 행장이 기업은행에서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본인은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윤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로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 취임 때부터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노조의 출근 저지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 3년여 동안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연임도 기대해볼 수 있는 성과지만 '전정권 사람'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통해 선임된다.

윤 행장의 전임인 김도진 전 행장도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연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 때문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행장도 전임인 김 행장과 같은 상황에 처한 셈이다.

한 총리는 과거 윤 행장과 함께 일하며 그를 높이 평가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한 총리가 국무조정실장을 지낼 때 윤 행장은 대통령 경제보좌관실에서 일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한 총리가 주미대사로 일하던 2011년에는 경제금융비서관을 맡았다.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기도 하다.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를 격려하기 위해 한 총리가 창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국내외 금융 등 경제 정책 전반에서 풍부함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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