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도착한 펠로시..대만行 여부는 묵묵부답

韓·日 등 아시아 4개국 순방 시작
中 "대만 공항 착륙 시도 강력 대응"
대만 방송매체는 "4일 방문" 보도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EPA연합뉴스

대만 방문 여부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를 방문했다고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인터넷판은 1일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C-40 전용기가 이날 새벽 싱가포르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전날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는 펠로시 의장이 1∼2일 싱가포르를 방문한다고 싱가포르 외교부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CNN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펠로시는 지난달 31일 의회 대표단과 함께 하와이에 착륙해 진주만과 애리조나 기념관을 둘러보고 다시 이륙했지만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펠로시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과 친구들에게 미국의 확고부동한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해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을 포함한 4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방문 순서는 밝히지 않았다. 펠로시는 "대표단은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평화 안보, 경제성장 및 교역, 코로나19, 기후위기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펠로시는 올해 초 아시아를 순방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에 감염되며 일정이 연기됐다.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한다면 현직 미 하원의장으로는 1997년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출범한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와 집권 민주당은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지원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중국은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하면 대만을 중국 영토가 아닌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행위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선진커 공군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조국의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는 것은 인민해방군 공군의 신성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을 암시하며 "공군의 다양한 전투기는 조국의 보물섬을 돌며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수호하는 능력을 향상했다"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같은날 펠로시가 항공기 결함이나 급유 같은 핑계를 대고 대만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펠로시의 여객기에 실제로 긴급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인민해방군의 보호 속에 중국 하이난의 싼샤 공항이나 본토 공항에 착륙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만의 인터넷 및 방송 매체인 SET뉴스(三立新聞)는 이날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인터내셔널(RFI)을 인용해 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펠로시 의장이 오는 4일 필리핀 클라크 미 공군기지를 출발해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SET뉴스는 그러나 RFI의 보도 내용을 링크하거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