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이 강력범죄로..임산부 때린 목사, 80대 살해한 20대

김정석 2022. 8. 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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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 집콕족 늘어나며
분쟁상담 年 4만건 첫 돌파
올 상반기만 2만여건 달해

◆ 층간소음 측정방식 변경 ◆

공동주택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층간소음 갈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에 직접 규제를 가하며 층간소음 대책을 마련한 것도 이 같은 추세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1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층간소음 상담 접수 건수는 총 2만1915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상반기(2만6934건)와 비교하면 줄어든 수치지만, 2020년 상반기(1만6771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연도별 상담 건수는 2016년 1만9495건에서 2017년 2만2849건으로 처음 2만건을 돌파한 이후 2020년(4만2250건)에 이어 지난해(4만6596건)에도 4만건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도 4만건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주민 간의 단순한 갈등 차원을 넘어 폭력과 범죄로 비화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피의자 A씨는 지난달 1일 오전 10시께 위층 이웃인 80대 노인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다 흉기로 살해했다. A씨는 술에 만취한 채 귀가하던 중 윗집을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를 구속 송치한 경찰 관계자는 "윗집 할아버지가 귀가 안 좋다 보니 TV를 크게 틀어놓은 것 같다"며 "피의자는 TV 프로그램 소리가 다 들려서 평소에 힘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은 윗집에 거주하던 B씨(49)가 층간소음을 일으킨다는 명목으로 아래층 일가 3명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다. B씨는 최근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지만 그가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린 여성 피해자는 뇌경색으로 수술까지 받은 상태다.

지난 6월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연립주택에서 50대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윗집에 올라가 난동을 피우며 집 안에 있던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연립주택에 세 들어 살면서 집주인인 윗집과 층간소음 문제로 1년간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지난해 1월 서울 노원구에 소재한 한 아파트에서는 60대 목사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이웃 임산부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분노 통제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층간소음 범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집이라는 사적인 영역을 침범당하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공격적 행동으로 표출하면서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강력범죄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공동주택의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이 같은 기술이 당분간 개발되기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소음 문제에 관해 조금씩 더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인사하기 등 간단한 생활 예절을 통해 이웃 간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기 시작하면 층간소음에도 덜 민감해진다는 설명이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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