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핵위협 고조 속에 7년 만에 열리는 NPT 평가회의

박은하 기자 2022. 8. 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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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RI "핵군축 종료 우려"
기시다 일 총리 기조연설
2010년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폐막식 장면/신화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핵전쟁 위험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핵 군축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7년 만에 열린다.

유엔은 1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NPT 평가회의를 개최한다. NPT 평가회의는 ‘핵무기 및 핵무기 제조 기술의 확산을 방지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협력한다’는 NPT조약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다. 1970년 이후 5년에 한 번씩 열리기로 돼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15년 이후 7년 만에 열리게 됐다.

군비경쟁 시대, 위기의 NPT체제

NPT조약은 냉전시대의 산물이지만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며 글로벌 핵안보를 떠받쳐온 성공적인 군축 조약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가 1960년, 중국이 1964년 핵실험을 단행하고, 1962년 미·소 간 핵전쟁으로 이어질 뻔한 쿠바 미사일 위기를 거치면서 핵전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전 세계를 휘감자 미국과 소련이 1968년 3월 제네바 군축회의에 핵 군축을 약속한 NPT 조약 공동 초안을 제출했다. 초안은 같은 해 6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 1970년 발효됐다. 회원국은 북한을 포함하면 총 191개국으로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가 가입돼 있다.

핵 군축 합의가 흔들리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NPT 평가회의는 국제사회의 핵 군축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NPT 체제는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 중국 등 5개 핵보유국은 군축 협상을 벌여 핵무기를 줄이고, 비핵보유국은 핵 개발을 시도하지 않으며, 핵보유국들은 개발도상국에 철저한 감시하에 원자력 등 핵 관련 기술을 전수한다는 원칙을 축으로 삼아 유지돼 왔다. 이 과정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기술을 전수받았으며, 옛 소련에서 독립한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도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납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하며 대러 제재를 가하는 서방을 향해 핵 위협을 가하면서 이 같은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시작한 중국은 최근 몇 년 간 빠르게 핵무기 보유 대수를 늘리고 있다. 영국은 이에 대응한다며 지난해 핵탄두 상한선을 증액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2026년 2월 만료될 예정이다. 협정을 연장하거나 새로 맺지 못하면 50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한 두 강대국의 핵무기를 제한하는 조약이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핵감축 중단 조짐에 “핵보유국 책임 다하라”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책임자인 윌프레드 완은 “모든 핵보유국은 재고를 늘리거나 기존 핵무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대부분 군사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고 핵 관련 수사도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며 “매우 우려스러운 추세”라고 밝혔다. SIPRI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인 한스 크리스텐헨은 “냉전 종식 이후 특징이었던 핵무기 감축 흐름이 끝나간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SIPRI는 전 세계 핵무기 개수는 1986년 7만개로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1만3000개를 기록했지만 몇 년 안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을 예상하고 있다.

스톡혹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전 세계 핵 전력 현황. 표의 a~h 알파벳 표시는 일종의 각주 역할로 숫자는 핵 탄두 대수로 이해하면 된다.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로 실제 핵 탄두 대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SIPRI는 밝혔다.
Global nuclear arsenals are expected to grow as states continue to modernize-New SIPRI Yearbook out now | SIPRI
(Stockholm, 13 June 2022) SIPRI today launches the findings of SIPRI Yearbook 2022, which assesses the current state of armaments, disarmament and international security. A key finding is that despite a marginal decrease in the number of nuclear warheads in 2021, nuclear arsenals are expected to grow over the coming decade.
https://www.sipri.org/media/press-release/2022/global-nuclear-arsenals-are-expected-grow-states-continue-modernize-new-sipri-yearbook-out-now#:~:text=SIPRI%20estimates%20that%20the%20total,stockpile%20from%20225%20to%20260.

가장 최근에 열린 2015년 NPT 평가회의가 결과문서 채택 없이 흐지부지 끝낸 것도 NPT 체제의 권위를 손상시켰다. 중동의 비핵화 문제를 두고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미국이 대립하다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번 NPT 평가회의도 무력하게 끝나면 중국의 핵전력 증강과 북한의 핵실험도 통제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일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하며 핵 보유국의 핵무기 미사용 중요성을 강조하고 핵전력 투명성 향상을 촉구할 예정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최근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핵보유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화, 협상, 합의는 데탕트와 평화의 시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핵 보유국들은 평화와 군축에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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