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비대위' 밀어붙이기..권성동 "지금은 비상상황"
權 "혼란 극복할 유일한 방법"
초선·재선·중진 연쇄 간담회
곧바로 의총 소집 속도전
친이준석계는 비대위 반대
"최고위 기능 여전히 유효"
1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현재의 혼란을 극복할 현실적 방법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란 다수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의원 여러분의 총의와 용단을 부탁한다"고 했다. 비대위 출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주말 사이 이어진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의 줄사퇴와 이 대표의 부재 사태를 놓고 "당이 비상상황에 직면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정상적인 당무 심의·의결이 불가한 상황이란 평가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민국 위기 극복을 위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절실하다. 하루라도 빨리 위기를 수습하고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후 약 30분간 진행된 비공개 토론에는 의원 115명 중 89명이 참석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최고위원들 사퇴로 당이 비상상황인지에 대해 극소수 1명의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1명은 이 대표와 가까운 초선 김웅 의원으로, 반대 발언은 하지 않고 회의록에 소수 의견이라는 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당대표 직무대행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초선·재선·3선 이상 중진 등 선수별 소속 의원들과 연쇄 간담회를 하고 곧바로 의총을 소집하며 비대위 전환을 밀어붙였다.
이 같은 속도전에는 대통령실 의중이 깔려 있단 관측이 나온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에서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 사퇴를 설득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진복 정무수석 등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나 비대위 체제 전환이 곧 이 대표의 당무 복귀를 막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실제 의총에서 비대위 활동 기한을 이 대표 복귀 전으로 명시하는 등 방안이 거론되긴 했지만 완벽히 정해지거나 정리되진 않았다고 한다. 3선 김도읍 의원은 취재진에게 "윤리위원회 징계 이후 지금까지 이 대표를 물러나게 해야 하는 사정 변경이 있었느냐"며 "국민이 실망한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거기에서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운천 의원도 "비대위 활동 기간을 의총에서 정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비대위를 하면 이 대표가 돌아오지 못하고, 그러면 법원에선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전환을 공식 추인하는 상임전국위원회에는 전국위원회 의장·부의장을 비롯해 시·도당위원장과 의총 선임 국회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하는데 이번주 내 소집이 예상된다.
하지만 비대위 전환이 원칙적으로 가능한지를 놓고 여전히 서로 다른 해석이 맞선다. 당헌상 비대위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상황일 때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비대위 출범을 반대하는 쪽에선 앞서 이 대표의 징계 사태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의결한 상황이라 이 대표가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 출범은 불가하다고 본다. 전국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 때문에 전국위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주원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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