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버팀목 소비 '흔들'..가전 구입 줄이고 생필품만 산다

이상덕,강계만 2022. 8. 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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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소비자지출 1.1% 증가
물가 상승 따른 착시
가격 상승 따른 효과 빼면
실질소비는 0.1% 증가 그쳐
6월 가처분 소득 0.3% 줄고
저축률은 13년만에 최저
소비할 가계 여유자금 빠듯
구글 CEO 비상경영 선포에
임직원 구조조정 가능성도

◆ 불안한 세계경제 ◆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기록적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 식료품을 가득 실은 쇼핑카트가 놓여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에 억눌렸던 미국인들이 지갑을 열어 대대적으로 '보복소비'에 나섰다가 최근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쇼핑 목록에서 전자제품, 의류, 가구를 제외하고 식료품, 휘발유와 같은 필수품을 올려놓고 있다. 외식을 줄이고 여행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면서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소비에 금이 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세금을 감안하면 지난 6월 개인 가처분소득이 0.3%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6월 소비자지출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 같은 소비 증가는 각종 제품 구매단가 상승에 따른 착시효과라고 지적했다. 동일한 제품에 과거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다 보니 총소비지출 규모가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6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1.1% 증가해 예상치(0.9%)를 뛰어넘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조정한 실질소비지출은 증가율이 0.1%에 불과했다. 미국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경기 진단을 위한 중요한 잣대다 .

시장조사업체 NPD는 "미국인들이 지난 3월 이후 전자제품, 의류, 생활용품, 소형 가전제품 구입을 줄이는 대신에 불가피한 식료품, 임대료, 휘발유에 더 많이 지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2분기 전체 식당 방문이나 온라인 주문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지만,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인해 식당 지출금액은 2%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소득계층별로 온도 차도 나타나고 있다. 부유층에서는 꾸준히 소비를 늘리고 있는 반면 저소득층 위주로 인플레이션 충격에 더욱 큰 고통을 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가계별로 여유자금은 바닥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저축률은 5.1%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돌아갔다.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자 빅테크 기업인 구글은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올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도전적인 거시경제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C에 따르면 피차이 CEO는 구글 임직원과 대화를 통해 생산성을 더욱 높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인력에 비해 생산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구글은 올해 2분기에 임직원 수가 17만4014명으로 전년 동기(14만4056명)보다 21% 늘었지만, 매출 성장률은 같은 기간 62%에서 13%로 감소했다. 이날 구글은 심플리시티 스프린트(Simplicity Sprint) 이니셔티브를 통해 제품·서비스 중심 문화로 탈바꿈할 것을 선언했다. 피차이 CEO는 "더 임무 중심적이고, 제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CEO와의 대화에서 임직원들은 해고 가능성을 우려했다. 앞서 피차이 CEO가 중복된 부분을 통폐합하고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질문이었다. 피오나 치코니 구글 최고인사책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예정된 해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CNBC는 "향후 해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리서치 업체인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2월 미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올해 1220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펀드 조성액 대비 87%에 달하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아직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투자처에 대해 보다 선별적인 접근을 하고 있어 적은 수의 스타트업에 더 많은 돈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사이에서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대형 스타트업 중 하나인 HR 업체 벨로시티는 올해 5월 40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상당수 스타트업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구조조정을 추적하는 웹페이지인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내 스타트업 439곳이 총 6만1627명을 해고했다. 장보기 앱인 게티르는 4480명, 부킹닷컴은 4375명, 우버는 3700명을 해고했다. 미국의 톱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은 지난 5월 창업자들을 향해 "현금을 아끼고 장기간 침체에 대비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1~2분기 미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통화긴축정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기 침체보다는 인플레이션이 더 큰 위협이라고 지적하며 장기 물가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 위한 연준의 역할을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 3월 제로금리였던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2.25~2.5%까지 올렸고 9월에도 0.7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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