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M본부] 휴대전화 압수수색했는데..'클라우드' 저장한 불법 촬영물은 무죄?

양소연 say@mbc.co.kr 2022. 8. 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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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불법촬영물이 나왔다 >

지난 2020년 12월, 한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피의자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받았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강제로 증거물을 확보한 게 아니라, 소유자의 동의를 구하고 임의로 증거물을 받아 조사한 겁니다.

그런데 경찰이 휴대전화를 살펴보던 중, 카메라 폴더에서 불법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 두 명을 확인해 조사해보니, 동의 없이 촬영된 것이 맞았습니다.

경찰은 사기 혐의 뿐 아니라 불법 촬영에 대해서도 강제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았습니다. 피의자의 집을 수색하고 휴대전화도 다시 영장에 근거해 압수했습니다. 휴대전화에 연동돼 있던 구글 계정 클라우드에선 불법촬영된 관련 영상과 사진들이 추가로 나왔습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 '임의 제출' 증거라 무죄… 그렇다면 '영장' 받은 뒤 찾은 클라우드는? >

사기와 불법 촬영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자신은 사기사건 수사에 협조하려고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는데, 경찰이 사기와 상관 없는 정보까지 압수한 건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장이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법원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1, 2심 재판부는 "임의 제출 방식으로 증거물을 확보할 때도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압수 범위를 엄격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스스로 제출한 휴대전화에서 나온 불법촬영 의심 영상은 물론, 이 영상을 근거로 확보한 피해자 2명의 진술까지 모두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한 클라우드의 영상과 사진은 어떨까요? 법원은 이 영상과 사진들은 불법촬영 증거로 인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불법촬영 범행 중 일부만 '유죄'로 판결하면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 대법원 '클라우드 영상·사진도 증거 안 돼"… 그 이유는? >

검사와 피고인 양 측이 모두 상고하면서 사건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으로 올라왔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법원은 클라우드에서 확보한 영상과 사진마저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압수수색 대상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라는 이유였습니다.

당초 법원이 내준 영장에 적힌 압수 범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신체를 불법촬영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외부저장매체

압수 대상이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저장장치’로 한정했기 때문에, 연동된 클라우드 서버는 압수할 수 없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불법촬영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휴대전화가 카메라를 완전히 대체하면서,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사진을 저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를 압수수색할 때, 클라우드처럼 연동된 서버까지 압수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겁니다. 클라우드를 압수수색하려면 별도의 영장을 받으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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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수사하던 게 아닌데… "'파생증거' 엄격히 판단해야" >

수사 과정에서 원래 사건이 아닌 다른 범죄 혐의의 증거가 나온 경우, 법원은 이 '파생 증거'에 대해선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 술에 취해 잠든 제자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은 한 대학교수 사건. 수사 당시 피해자는 교수의 휴대전화 2대를 빼앗아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교수는 제자를 촬영했던 휴대전화 1대에 대한 포렌식 과정만 참관했고 다른 휴대전화의 포렌식 과정은 지켜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제출된 휴대전화 2대를 모두 포렌식한 뒤, 교수가 포렌식에 참관하지 않은 휴대전화에서 이전에도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증거를 발견해 범죄 혐의에 추가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2개 휴대전화 속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교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두 번째 휴대전화는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만약 추가 범행 증거를 발견했다면 즉시 절차를 멈춘 뒤 영장을 다시 받고, 교수에게 포렌식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수가 포렌식에 참여했던 첫 번째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증거로 입증되는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낮췄습니다. 그리고 대법원도 이 판단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범위와 대상 더 엄격해질 듯 >

이른바 '저인망식 수사'라 불리며 지적되어 왔던 기존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실제 수사 과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휴대전화나 컴퓨터만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한 영장만 발부받고서도 연결된 서버에 저장된 자료까지 압수수색하던 수사 실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 대법원 이현복 재판연구관

이번 판결은 또,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내줄 때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는 데 있어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한 의미도 있다고 대법원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양소연 기자 (sa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society/article/6394167_356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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