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얼 유니티코리아 엔지니어 "장애인 재활·자립 돕는 플랫폼 만들 것"

김대은 2022. 8. 1. 1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내벤처 스핀오프 보름 전
척수 신경 손상돼 하지 마비
3% 확률로 재활 치료 성공
장애 인식개선 강사 활동하며
재활운동 돕는 '레고짐' 개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게임 엔진 개발 업체 유니티 코리아. 초인종을 누르자 커다란 키의 청년이 왼손에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김한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사진)다.

김 엔지니어는 올해 초 유니티 코리아에 합류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학생 시절 인턴을 하다가 컴퓨터에 흥미를 느껴 전공을 바꾸고, 대학 연구소·삼성메디슨 등에서 줄곧 개발자로 근무해 왔다. 사내 프로그램에서 시각장애인의 독서를 돕는 증강현실(AR) 장비를 개발해 베스트 아이디어 상을 받기도 했다.

탄탄대로를 걷던 김 엔지니어 인생에 위기가 닥쳐온 것은 2017년께였다. 삼성그룹 창업 프로그램인 '씨랩(C-Lab)'에서 1등을 해 인수인계 기간을 거치던 어느 날. 김 엔지니어는 출근 준비를 하던 도중 갑자기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MRI까지 촬영한 끝에 병원에서 받아 든 진단명은 '혈관종으로 인한 척수 손상'. 수술 후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마치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 엔지니어는 물러서지 않았다. 재활병원에서 1년간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마비 단계를 A등급(감각이 없는 완전 마비 상태)에서 D등급(약간 움직이고 느낄 수 있는 상태)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그는 "듣기로는 A에서 D까지 호전될 확률이 3% 정도라고 한다"며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남은 인생을 허투루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활 치료에 성공한 이후에는 엔지니어로서 본인의 장기를 살려 장애인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직접 재활 운동을 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코로나19 기간에 집에서도 재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레고짐'을 개발해 척수장애인협회의 창작콘텐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김 엔지니어는 현재 재직하는 유니티 코리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장애인이 근무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이라는 평을 내렸다. 재택근무 제도 덕분에 굳이 출근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회의도 줌(ZOOM)을 이용해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직장 내 수평적인 문화도 자리 잡았다. 그는 "입사 초기에 김인숙 대표님과 마주쳤을 때 동료들이 김 대표님을 '수지(Suzie)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물론 개발과 무관한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김 엔지니어는 "2019년부터 장애 인식 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며 "장애를 가지고 나서 가장 잘한 일이라 스스로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우리나라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장애 인식 교육을 진행하는데, 실제로 장애를 가진 그가 본인 경험을 얘기하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김 엔지니어는 "장애인 구역에 불법 주차를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아예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내용 등을 교육에 담는다"며 "앞으로 장애인을 배려하면서 다녀야겠다는 반응이 나올 때 뿌듯하다"고 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김 엔지니어는 사회 공헌을 위해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첫째는 자폐를 가진 장애인이 본인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저와 함께 활동하는 장애 인식 개선 강사 중에 그림을 잘 그리는 자폐 장애인이 있다"며 "유니티에서 제공하는 '에셋스토어' 플랫폼을 통해 본인의 창작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재활 운동을 돕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김 엔지니어는 "미국 펠로톤처럼 장애인의 재활 운동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김대은 기자 / 사진 = 박형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