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지 않고 바삭"..삼성출신이 반도체 기술로 만든 멸치

진영화 2022. 8. 1. 17: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무풍지대' 개발
4일부터 전국 롯데마트 판매
반도체 공정기술 활용해
100g당 소금 300㎎ 불과
일반 멸치의 47분의 1 수준
경기도 오산시의 무풍지대 오산공장에서 직원이 세척 작업을 마친 멸치를 자체 제작한 건조설비에 투입하기 앞서 염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무풍지대]
국내 최초의 저염 건조 멸치가 출시된다. 건조 멸치는 제조·유통 과정상 소금을 많이 넣을 수밖에 없어 저염 제품화하는 것이 식품 기술 혁신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삼성전자 출신들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기술을 식품 건조에 적용해 시중에서 판매 중인 건조 멸치보다 염도를 20분의 1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식품 건조·숙성 플랫폼 기업인 무풍지대는 '염도 0.3% 미만의 깨끗하고 짜지 않은 저염 멸치' 볶음용(지리)과 볶음조림용(가이리) 2종을 오는 4일부터 롯데마트 전국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1일 밝혔다.

식품에 '저염' 표시를 하기 위해선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상 식품 100g당 소금이 305㎎ 미만이어야 한다. 무풍지대의 건조 멸치는 100g당 소금이 300㎎으로 식약처 기준을 밑돈다.

홍창완 대표
무풍지대 관계자는 "식약처 저염 기준을 충족하는 국내 유일의 건조 멸치 제품"이라며 "해외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저염 멸치는 개발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건조 멸치는 식품 100g당 소금이 6000~1만4000㎎이다. 그동안 건조 멸치에 적용되던 냉풍·열풍·자연 건조 기술로는 식약처의 저염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바닷물 염도가 3%를 웃도는 데다 육질이 연하고 신선도 저하가 급속한 멸치의 특성상 잡자마자 배 위에서 끓는 소금물로 자숙시키기 때문이다. 내륙에 도착한 후 햇빛이나 냉풍·열풍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또 한 차례 소금을 넣어 염분이 높아진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제조 업체 출신 등이 손잡고 설립한 무풍지대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장비 분야 기술에서 해법을 찾았다. 이 분야에서 쓰이는 △원적외선의 특정 파장을 가해 열에너지를 골고루 가하는 기술 △진공 기술을 이용해 신속하게 수분을 증발시키는 기술을 식품 건조에 접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무풍지대는 이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식품 건조의 핵심인 열과 압력, 파장 등 요소를 제어할 수 있는 FIVEDnA(원적외선 진공 건조 숙성) 기술을 개발해냈다. 이 기술로 멸치 세척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원적외선 파장으로 멸치의 표면과 내장을 고르게 건조시켜 염도를 낮췄다. 건조 시간도 멸치 크기에 따라 30~60분이면 내장까지 고르게 건조할 수 있어 일반 열풍 건조 시간인 12~36시간에 비해 크게 단축된다.

나트륨 섭취가 지나치면 소변을 통해 나트륨과 함께 칼슘도 같이 배출되는데, 무풍지대의 저염 멸치는 염도를 0.3%까지 낮춤으로써 나트륨에 의한 칼슘 배출을 줄였다. 다른 제품과 달리 멸치 내장을 제거하지 않아 내장에 함유된 비타민D도 섭취할 수 있다. 무풍지대는 겉과 내장을 고르게 건조시켜 잔류 수분으로 인해 내장이 변질될 우려가 적다. 이번에 출시한 제품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건조식품을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식품 범위도 수산물을 넘어 축산물, 과일, 채소 등으로 확장한다.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 건조 대행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무풍지대 관계자는 "프리미엄 건조식품을 개발해 10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건조식품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