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만5세 입학' 논란..거리로 나선 부모들 "줄세우기 더 일찍하냐"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윤석열 정부의 '만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현장의 혼란은 물론 사교육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학제개편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초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한 단체는 학부모·교원·시민단체 등 13곳이었으나, 추가 참여 의사를 밝혀온 단체들이 늘어나며 총 42곳이 됐다.
이들은 교육격차의 근본 해결책은 입학연령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해당 정책이 오히려 유아기부터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범국민연대는 "현재 대부분의 대한민국 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대입 경쟁의 시작점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따라서 만5세에 초등학교에 1년 일찍 취학하게 된다는 것의 실질적인 의미는 1년 일찍 유아들을 잔인한 경쟁교육으로 내몰아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서열화 한다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아직 배변훈련조차 끝나지 않은 만2세, 만3세, 만4세 또한 초등학교 준비를 위해 선행학습을 해주는 사교육 시장으로 더 빨리, 더 많이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근본적으로 현 교육체제가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원인인 고교 서열화와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은 제시하지 않은 채, 단지 입학 연령을 낮추어 교육격차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문제의 근본을 모르는 소리"라며 "국민들 중 누구도 교육 격차의 근본 원인을 초등입학 연령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영유아 학부모인 정지현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른 나이부터 공교육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안타깝게도 공교육을 신뢰하는 학부모는 없다"며 "초등학교의 입학 연령을 앞당긴다고 교육격차가 해소된다면 이전 정부에서는 왜 하지 않았냐. 단순한 대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고교서열화와 대학서열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입학 연령을 낮춘들 사교육은 가속화 될 것이고, 더 어린 영유아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영유아 시기를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지 않고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 철학으로 비판 확산…"윤석열 찍었던 손가락 자르고 싶다"
교육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자 박순애 장관은 이날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부터 만 5세를 입학시킨다는 내용은 하나의 가정적 설명이었지 확정이 아니"라며 "그런 대안들을 열어놓고 토론하며 합의 과정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박 장관은 "취학연령을 낮추는 것을 업무보고에 포함시킨 것은 우리 아이들이 ‘국가 책임교육제’하에서 더 잘 성장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였다”라며 “모든 정책은 발표할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지금부터 학부모와 다양한 각계각층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님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공개하며 해당 사안에 대한 반발 진화에 나섰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재 만6세에서 한 살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교육에 편입되는 의무교육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겨 교육과 돌봄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박순애 장관은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성인기에 비해)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취학연령 하향은)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추진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사태가 학부모와 교육계의 전면 반발로 커짐에 따라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의 기자회견'은 학제개편안을 너머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에 대한 비판까지로 확산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조선경 장애영유아보육교육정상화추진연대 대표는 "저출산때문에 대책이 없다보니 졸속 해결을 하기 위한 정책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내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를 찍었던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까지 발언했다.
전한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도 "취임할 때부터 윤석열 정부가 헛발질을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이행과제를 보면, 탄력적인 학제 운영 딱 한마디만 나오고 어떤 내용인지도 나와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국민도 무시하고 결정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크나큰 과오"라고 비판했다.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도 "(학제개편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도 아니었을 뿐더러 인수위에서도 한 줄도 없던 내용"이라며 "초등교육과 누리과정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초등학교 연령을 낮추겠다는 것은 영유아의 권리를 무시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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