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군절 맞아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등 공개하며 무력 과시..펠로시 대만 방문하면 "심각한 후과" 경고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2022. 8.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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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펑(DF)-17로 추정되는 중국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장면. CCTV 동영상 화면 캡쳐

중국이 1일 건군절을 맞아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장면 등을 공개하며 무력을 과시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CCTV는 인민해방군 건군 95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81초로 보는 중국군의 실력’이라는 동영상을 통해 첨단 무기를 활용한 중국군의 다양한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사막에 배치된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둥펑(DF)-17로 추정되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이다. DF-17은 이미 2019년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첫선을 보인 바 있지만 실제 발사 장면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CTV는 별도 영상에서 다목적 헬기 Z-20과 075형 강습상륙함이 통합 훈련을 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수십 대의 헬기와 수륙양용전차, 장갑차 등을 탑재할 수 있는 075형 강습상륙함이 Z-20과 함께 훈련하는 모습이 공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Z-20은 배가 닿지 않는 지역으로 공격 부대를 수송하며 075형 강습상륙함은 이 헬기 수십 대를 탑재할 수 있다”며 “군사 전문가들은 이 조합이 대만 섬과 같은 곳에서의 수륙양용 상륙 임무에 있어 중요한 전술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인민해방군은 건군 95주년을 앞두고 차세대 공중급유기인 YU-20이 본격적인 전투 훈련을 시작한 사실을 알리고, 최근 실전 배치된 055형 구축함 옌안(延安)함이 훈련을 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중국의 대대적인 군사력 과시는 건군절을 맞아 이뤄진 것이지만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과 맞물려 예사롭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아시아 순방에 나선 펠로시 의장은 이날 첫 방문지인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그는 순방에 앞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4개국 방문 계획을 밝혔지만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이 싱가포르에 이어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대만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만의 인터넷 및 방송매체인 SET뉴스는 지난달 31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인터네셔널(RFI)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4일 필리핀에서 출발해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워싱턴포스트와 CNN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2일 저녁이나 3일 오전 대만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시아 순방에 나선 펠로시 의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중국은 최근 여러 차례 미국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단호히 반대하는 심각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대만을 방문하면 심각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항공기 경로 추적사이트를 인용해 펠로시 의장의 동선을 상세히 보도하는 등 그의 행적을 면밀히 감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펠로시 의장이 기체 결함이나 급유 같은 비상 상황을 핑계로 대만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는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중국군은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군사적 충돌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대만을 방문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군사적 대응을 시사한 만큼 미국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가데나기지에서는 최근 주일 미군에 소속되지 않은 미 군용기 10여대가 포착됐다. 현지 언론은 미 군용기의 오키나와행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따라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 언론들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중국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미 국방부가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순방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만해협에서는 미·중 양측의 군사적 긴장감과 신경전이 계속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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