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맘' 사걱세 대표에게 듣는 '만 5세 초교 입학 반대' 이유
범국민연대는 이번 학제 개편안이 절차적으로 잘못됐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장관 보고가 논의의 시작이 아닌 결론이 되고 대통령의 '조속한 시행'이라는 지시로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입니다. 또 교육부가 교육적 고려 없이 산업 인력 양성이라는 경제 논리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판했습니다.
Q. 범국민연대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출범했습니다. 그만큼 엄중한 사안이라고 봤기 때문이겠죠?
A. (지난주) 교육부 장관 업무보고가 있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대책 논의를 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습니다. 기자회견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교육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유아교육 학계와 교사 단체, 학부모 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모였어요. 이번 개편안은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에 반드시 철회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모여 지난 사흘 동안 SNS를 통해 회의를 매우 많이 하면서 연대를 구성해 오늘 출범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소식을 듣고 연대에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계속 받고 있어요.
Q. 대치동 학원가 등 사교육 시장은 벌써 들썩인다고 하는데요.
A. 이번 학제 개편안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면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교육 시장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고,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교육 격차가 해소될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아요. 윤석열 대통령과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Q.박순애 장관은 "초교 입학 연령을 1개월씩 12년에 걸쳐 당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행 방안을 제대로 논의해보지도 않은 '졸속 추진'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A. 12년을 준비해서 한다고 해도 아이들의 발달 단계는 변함이 없습니다. 개편안을 시행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러면 제가 더 빨리 성장할게요" "제가 8살(만 6세) (발달 단계)가 될게요" 하지 않잖아요. 아이들의 발달 단계라는 것이 있고 거기에 맞춰서 누리과정이 안착돼 가고 있는 중에, 누리과정을 우습게 만드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12년에 걸쳐 준비한다고 한들 그것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불안과 부담은 덜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A. 전혀 없습니다. 교육부가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도대체 어느 전문가 그룹과 소통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오늘 집회에 나온 수많은 유아교육 학계와 교사단체, 교육 시민단체, 학부모 단체 등 그 누구도 교육부와 소통했다는 곳이 없습니다. 도대체 어느 현장 이야기를 듣고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많은 상황입니다.
Q. 범국민연대,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일단 이번 주 내내 집회를 이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 집회까지 마친 뒤 연대에 참석하는 단체들이 실무 논의를 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고 해요. 집회에서는 저희 의견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학부모들에게 발언할 기회도 드리려고 합니다. 또 개편안 철회 촉구 서명을 계속 이어가면서 국민들의 뜻이 이렇다고 하는 것을 교육부와 청와대에 전달하는 일들을 할 것입니다. 서명을 어제(7월 31일)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10만 명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앞으로 몇 주 더 받을 예정인데, 지금 추세라면 100만 명까지도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2021년생과 2022년생) 연년생 자녀 엄마 입장에서 개편안 발표 뉴스는 저한테도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영유아 부모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아이들도 초등학교 입학 부담이 커서 이미 개인적으로나 방과 후 프로그램을 통해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인지 교육을 하고 있거든요. 유아 사교육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고요. '초등학교'와 '입시', 안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지만 사실상 영유아들도 입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도 첫째 딸을 보내려고 어린이집 프로그램을 다 살펴본 적이 있는데요. 10곳 중 단 한 곳도 예체능 중심으로만 운영하는 데가 없었습니다. 한글이니 수학이니 다 이런 특별활동이 있더라고요. 이미 학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죠. 학부모들은 불안해서 요구하고, 어린이집에서는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잘못된 교육인 줄 알면서도 학부모 요구 때문에 안 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런 시기가 점점 더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오게 되는 것이잖아요. 교육부 장관은 과연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봤는지 궁금합니다. '입학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라고 하는 말이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것이죠. 교육 격차가 그렇게 단순한 대책으로 해결될 것 같았으면 이전 정부들은 왜 추진을 안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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