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꺼내든 집권여당.. '분란·이준석·이재명' 난제 풀까?

서진욱 기자, 이정혁 기자 2022. 8. 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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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비상등' 켜진 집권여당>②비대위 앞에 놓인 과제들
당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2.8.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의힘이 우여곡절 끝에 비상대책위원회로 당 지도체계 전환에 나선다. 정권 말기나 선거 패배로 출범한 과거 사례와 달리 당내 분란이 비대위 출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탓에 내홍을 수습하고 지지층을 규합하는 게 급선무다. '장외 정치'를 펼치고 있는 이준석 대표와 관계 설정과 새로운 당대표 체제로 출범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 난제도 풀어야 한다.

'비대위' 전환 앞둔 여당… 분란 종식, 민심 수습 '급선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뒤쪽 가운데)가 지난달 2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환영 공식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의힘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이 비상상황에 처했다는 점에 동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비대위 전환 요건을 규정한 당헌당규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의원들이 사실상 비대위 전환에 찬성한다고 총의를 모은 것이다. 이에 따라 원내지도부는 비대위 출범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등 절차를 진행한다.

새롭게 당을 이끌 비대위의 최우선 과제는 당내 분란 수습이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문자메시지 노출 사태와 차기 당권주자들의 세 규합 움직임으로 민생을 외면한 채 권력투쟁에만 골몰한다는 인식이 번졌기 때문이다. 건전한 당정 관계를 회복하고 정권 초반 국정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지도체계를 마련하는 것 역시 비대위의 숙제다.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급락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 후반대로 떨어졌다. 불과 세 달 전 정권 출범 당시 50% 안팎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민심 이반이 상당한 상황이다. 정당 지지율에선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역전했다. 비대위 기간 중 전국 단위 선거가 실시되지 않기 때문에 지지율 반등 여부가 비대위 체제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비대위 전환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효과가 의문스럽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비대위 출범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인사 교체, 야당과의 협치 등 반성과 변화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이선으로 물러나겠다는 선언을 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를 이기기 어렵다"며 "이 대표도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미 사퇴를 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외 정치' 이준석 변수도… '대결구도' 형성 부담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8/뉴스1

장외 여론전을 이어가는 이준석 대표 역시 비대위가 떠안은 난제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20여일 만에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이 대표의 내년 1월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비대위가 당내 요구를 앞세워 조기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대표 입장에선 비대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와 비대위의 대결구도가 형성될 경우 내분이 격화하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에도 당원 가입 독려에 나서며 당내 지지층 확대에 나섰다.

이 대표는 전날 비대위 전환 움직임에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저 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 개혁도 아니고, 정치 혁신도 아니다.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 못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라고 강도높게 규탄했다.

비대위가 당의 위기를 불러온 당사자 중 한 명인 이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비대위 출범을 요구한 친윤(친윤석열) 그룹이 이 대표와 갈등관계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안정적인 비대위 운영을 위해선 당내 최대 계파인 친윤 그룹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경찰이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역시 잠재된 변수다.

비대위 끝내고 전열 정비만 민주당 상대해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선출된 박용진, 이재명, 강훈식 후보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비대위는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전열을 정비한 민주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비대위 체제인 민주당은 이달 28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를 선출한다. 이재명·박용진·강훈식 의원의 3자 구도인데, '반이재명'을 자처한 박용진·강훈식 의원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이 의원의 무난한 승리가 유력하다.

대선후보였던 이 의원이 당권을 쥐고 대대적인 대여 공세에 나서면 민심 이반에 직면한 여권은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여 공세는 당권 경쟁에 따른 내홍을 수습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비대위는 적절한 대응에 나서야 하면서도 민주당에 입법 독주의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과 관련, "국정 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하지 않는다"며 "집권당 사정 때문에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지연되거나 표류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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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sjw@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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