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가 다시 띄운 '유보통합' 뭐길래
윤석열 정부가 지난 29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통해 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유보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과거 정부 때도 ‘유보통합’은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커 난제로 꼽혔다. 취학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개편과 유보통합을 함께 추진하기로 하면서 실행방안을 마련하기까지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보통합은 현재 만 0~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기능 및 소관부처별로 서비스가 이원화돼 있는 것을 하나로 합치는 구상이다. 현재 유아교육(교육부)은 유치원에서, 보육(보건복지부)은 어린이집이 주로 맡고 있다. 만 0~2세 영아는 어린이집만 갈 수 있고, 만 3~5세 유아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선택해서 갈 수 있다. 다만 조직이나 인력, 예산이 쪼개져 있어서 수요자 입장에서 균등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육·돌봄 체계 중장기 개편방안 연구’(2021)를 보면 한국은 1980년대까지 ‘새마을 협동 유아원’으로 일원화된 영유아 서비스가 있었다. 이후 3세 미만 영아들을 돌볼 기관이 필요해지면서 1991년 ‘영유아보육법’을 제정, 교육·보육의 이원화 체계가 확립됐다.
1990년대 후반 공교육 대상을 영유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유보통합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1997년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교육개혁위원회는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전환하고 어린이집을 유아학교에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만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을 제시했다. 2013년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꾸리고, 2016년까지란 구체적인 통합 시점도 제시했다. 하지만 정권 후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간 갈등이 격화했다. 당시엔 정보공시, 결제카드, 평가체계의 통합만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때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끝장토론’을 열어 유보통합을 논의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고, 국정과제에도 정식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유보통합 필요성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2017년 육아정책연구소가 유아 교육과 보육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 학계 전문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 등 5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5.8%가 유보통합 필요성에 동의했다. 같은 기관의 2013년 학부모 인식조사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지도감독 체계를 동일하게 운영하는 안에 대해 학부모의 67.1%가 매우 동의했다.
유보통합을 위해선 유아교육과 보육의 근거법령과 관장부처, 교사 자격 및 양성·신분·근무조건, 교육과정, 시설기준 등을 통합해야 한다.
가장 큰 쟁점은 소요 재원이다. 지난달 26일자 육아정책연구소의 ‘유아교육·보육 통합 재정확보 방안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유보통합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시설기준을 정비하고 통합하기 위한 시설비, 이용시간 통합을 위한 인건비와 운영비, 교사 자격 양성체계 통합을 위한 재정 지원, 유아 및 보육교사 처우 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 지원 등에서 재정 소요가 발생한다. 보고서는 과거 유아교육과 보육 관련 정부 예·결산 자료 등을 토대로 2022년 기준 유보통합 재정 규모를 15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당사자 간 입장차도 있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 또는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또는 아동복지학 등 관련 분야)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는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는 것 외에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서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유치원 교사들에 비해 어린이집 교사의 급여 및 노동조건 등이 열악한 편이다. 사립유치원들은 유보통합이 이뤄지면 유치원 교육수준도 하향화될 것이라며 반대한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처우 개선이 될 수 있는 유보통합을 주장한다.
유보통합 주무부처로 교육부와 복지부 간 역할조정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때도 두 부처 간 갈등으로 국무조정실이 주관해 추진기구를 만든 바 있다. 박순애 장관은 “교육 중심의 유보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장관 공석 상태인 복지부는 “합리적인 유보통합 추진방향과 추진체계에 대해 국조실,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계속 협의 중”이라면서 “추진단 설치 및 운영 방식에 대한 부처 협의를 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둘러싸인 만큼 유보통합의 추진내용, 시점, 단계는 추진단이 운영돼 논의를 거쳐 수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취학연령을 만 5세로 1년 낮추는 학제개편과 유보통합을 함께 추진한다고 했는데, 학제개편안이 거센 반발을 사면서 유보통합도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당장 유치원단체와 어린이집단체들은 한목소리로 학제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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