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39.7→2.1%' 급감, 30년 만에 3개월 연속 對中 적자.."수출전선, 하반기 더 암울"
쌓이는 가격에 내려가는 가격.. '칩4′ 리스크까지
2달 연속 감소한 중국 수출.. 무역수지는 석 달째 적자
상반기 내내 유가 상승발(發) 무역 적자에 시달렸던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수출 둔화라는 이중 악재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두바이유 등 국제 유가 수준이 배럴 당 100달러 안팎으로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등 주력 상품의 수출 증가율이 완연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39.4%에 달했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2,1%로 급감했다. 2020년 6월 이후 25개월만에 최저치다.
반도체 말고도 석유화학(-1.7%), 일반기계(-2.9%), 디스플레이(-2.7%), 바이오헬스(-12.1%) 등 9개 품목의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15개 주력 품목의 절반 이상이 수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對) 중국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2년 이후 30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가 종전 최대치인 2008년(-132억6000만달러)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넉 달 연속 무역적자 행진도 새로운 기록으로 갈아치워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25개월 만에 최저치 찍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글로벌 경기 침체 직격탄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4% 증가한 607억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11월 이후 21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수입액이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한 653억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무역수지는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올해 7월까지 쌓인 누적 무역적자는 150억달러를 넘어선다.
올해 들어 무역수지는 2,3월을 제외하고 다섯 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부터는 넉 달 연속 무역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의 넉 달 연속 무역적자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무역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주력 상품의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2.1%로 2020년 6월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3월 37.9%로 정점을 찍은 이후 4월 16.0%, 5월 14.9%, 6월 10.7%, 7월 2.1%로 넉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저하에 따른 소비자용 IT기기 수요 둔화와 데이터센터 등 관련 산업체의 투자 축소 결정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현재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다음달 반도체의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변수까지 덮쳤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칩4′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업종의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반도체 제품의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디지털 기기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수요 정상화 등으로 업황 부진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이 어두운 것은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6월(-5.9%) 역성장한 디스플레이는 7월에도 -2.7%로 두 달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석유화학은 6월 -0.5%에서 7월 -1.7%로 수출 감소폭이 커졌다. 무선통신기기(-3.5%)와 컴퓨터(-27.3%)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차세대 주력 수출 업종으로 부각되고 있는 바이오헬스(-12.1)도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15개 주력 품목 중 9개가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 최대수출국 中의 경기 둔화… 韓 경제에 부메랑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7월 대(對)중국 수출액은 132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했다. 지난달 -0.8%를 기록한 데 이은 두 달 연속 수출 감소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경기 둔화 우려에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이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중국발 수출이 감소한 주요 품목은 디스플레이(-34.1%), 석유화학(-14.1%), 무선통신(-13%) 등으로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발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출 감소 속 대중 무역수지는 5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5월 10억9000만달러, 6월 12억1000만달러에 이은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다. 대중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은 6444억달러 중 25.2%인 1629억달러가 중국을 향했다. 이 같은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9조2464억위안(약 5732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과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은 중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얼어붙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도 리스크 요소로 꼽힌다.
주원 실장은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는 심각하게 봐야 할 문제”라면서 “전체 무역수지 적자는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인 반면, 중국과의 무역은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도시 봉쇄를 푼 이후에도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특히 주력 대중 수출품인 철강과 석유화학 품목이 감소하는데, 이는 이들 품목이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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