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멕시코로 '역이주'하는 미국인들..왜?
멕시코 일부 도시들 '젠트리피케이션' 몸살
미국에서 살기 좋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캘리포니아에서 집값 폭등과 살인적인 생활 물가를 피해 멕시코로 주거지를 옮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수많은 멕시코인이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이주해 온 것과 반대로 미국인들이 높은 물가때문에 멕시코로 ‘역이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LA타임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민들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이 저렴한 주거환경을 찾아 멕시코로 이주하고 있으며 멕시코 도시들은 미국에서 몰려온 원격근무자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로 이주하는 미국인들은 더 낮은 임대료, 더 저렴한 물가, 비자 없이 6개월 체류 가능이란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의 경우 아파트 평균 월세가 400~1000달러(약 52만~130만원)로 샌디에이고의 평균 월세 3773달러(약 492만원)의 최대 10분의 1 수준이다. 소비자 물가도 티후아나가 샌디에이고보다 62%나 저렴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침실 1개 아파트 월세 비용으로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우아한 지역의 펜트하우스를 얻을 수 있을 정도다.
미국인들의 역이주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빠르게 증가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멕시코의 국경 봉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점과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보편적인 근무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 미국인들의 멕시코 이주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2018년 샌디에이고에서 티후아나로 이주한 조디 실리 샌디에이고대학 교수의 사례를 소개했다. 영화배급사를 운영하는 그는 월세 700달러(약 91만원)를 내고 침실 2개짜리 이층집에 살고 있으며 이사 온 뒤 4만달러(약 5200만원)를 저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전 부분 원격근무를 하던 그는 이제 전면 원격근무를 하며 일주일에 한두 번 샌디에이고에 다녀온다. 실리 교수는 “일주일에 한두 번 회사 행사에 참석하거나 코스트코에서 쇼핑하러 국경을 넘는다”라며 “월세를 내고도 여전히 돈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인들이 몰리면서 멕시코 도시들의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 원주민들은 부유한 미국인들을 위한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미국으로 출근하는 이들이 국경으로 몰리면서 끔찍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티후아나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의 임차료는 최근 10년간 2배로, 토지 가격은 3배로 뛰었다. 이 때문에 외부인 유입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LA타임스는 멕시코뿐 아니라 포르투갈에 거주하는 미국인의 수가 지난 1년 동안 45%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주택 비용 상승으로 많은 포르투갈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값과 물가 폭등으로 인한 캘리포니아 ‘엑소더스’(대탈출)는 최근 가속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35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 애리조나, 워싱턴, 플로리다 등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튜 칸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캘리포니아 거주자들은 다른 주에 비해 매우 높은 주택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원격 근무가 증가하며 특권층 가구는 기회가 있을 때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CNBC는 캘리포니아의 평균 주택가격은 79만7470달러(약 10억4200만원)로 2021년 4분기 기준 캘리포니아주 가구의 25%만이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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