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초등입학 철회하라"..교육·보육계 700여명 반발 집회

전재훈 2022. 8. 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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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유아 발달 특성 고려 안한 정책…철회하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40여 개 교원·학부모단체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만 5세 초등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을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학제개편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022.08.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정부가 이르면 2025년부터 만 5세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선다고 밝힌 가운데 교육·보육계 단체가 거리로 나와 "만 5세 초등 입학 학제 개편을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등 43개 교육·학부모단체로 이뤄진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1일 오후 2시께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당초 집회에 신고된 인원은 450명이었지만, 5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려들어 경찰이 집회 참여 인원 제한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참석 인원을 700여명으로 추산하고, 경력 150여명을 투입해 집회를 관리했다. 경찰 통제에 주 무대 앞에 착석하지 못한 참석자들은 멀리서 구호를 외치거나 박수를 치며 지지를 보냈다.

참석자들은 만 5세 취학 학제개편이 유아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해당 정책이 교육계, 학부모계와 아무런 논의 없이 결정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은 "유아교육법에 의한 누리과정은 초등교육법에 의한 초등교육과정과 다르게 놀이가 교육 과정의 운영 원리이다. 반면 초등교육과정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 활동을 통해 교육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누리과정과 초등교육과정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취학 연령을 낮추겠다는 것은 유아의 발달 특성과 권리를 무시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도 이런 유아 발달 특성을 고려해 우리나라와 같이 만 6세에 입학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은 유초등 교육 사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차원에서 교육 정책을 발표하기 전 교원단체 의견을 수렴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나와도 8번을 만났다"면서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오전 발표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안은 우리 교원단체와 한 마디 상의 없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국민적 합의도 없이 내놓은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와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다. 우리 교사노조는 사회적 합의 없이 정부가 백년지대계 교육 정책을 무시해 우려를 표한다"며 "정책 철회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40여 개 교원·학부모단체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만 5세 초등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을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학제개편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022.08.01. bluesoda@newsis.com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도 "8살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도 부담스러워 부모가 휴직이나 퇴사하는 마당에 만 5세 초등 입학 정책이라니 암담하다"면서 "결국 조기 교육 경쟁만 가속화될 것이다. 교육부는 방과 후 돌봄 공백이나 갑자기 1년 일찍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걱정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영유아들은 조기 인지 교육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 특별활동, 방과 후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수학, 영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작년에 어린이집을 알아보니 특별활동을 하지 않는 어린이집이 열 곳 중 한 곳이었다. 고교 서열, 대학 서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아 사교육 시장도 커지고 있다. 근본 대책 없이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은 영유아 시기를 사교육에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제 개편은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대통령의 '조속한 시행' 지시 아래 장관의 보고가 곧 결론이 됐다"며 절차의 문제를 지적했다.

단체는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보면 '유아의 삶과 성장'이 아닌 '산업인력'이란 단어가 나오고 있다. 20년 뒤에 있을 산업인력 공급 체계를 위해 만 5세 유아를 초등학교 책상에 앉혀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은 결단코 교육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정부는 근본적인 교육 격차의 원인인 고교 서열화와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및 집회를 마치고 ▲유아들의 삶과 성장을 단지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종속시키는 반교육적 정책을 당장 폐기할 것 ▲정부는 학부모의 혼란을 야기하고 유아교육·보육계를 고사시키는 '만 5세 초등취학 학제개편'을 철회할 것 ▲교육 정책 수립과 결정 과정에서 교육 당사자인 학부모, 교원, 학생 등 교육 주체의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의 요구가 담긴 서한문을 대통령실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은 오는 5일까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 입학 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한편 범국민연대는 만 5세 초등 입학 계획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범국민서명을 지난달 30일부터 받고 있다. 서명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13만여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40여 개 교원·학부모단체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만 5세 초등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을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학제개편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022.08.01. bluesoda@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k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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