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도, 음식점도 없어요"..상처만 남긴 고깃집 펀딩

기사내용 요약
남양주의 한 음식점 야외캠핑장 조성 목적으로 펀딩 2차례 진행했지만 공사 미뤄져
지난해 말 '백신 휴가' 이유로 휴업 공지한 이후 폐업
법인계좌로 직접 입금한 2차 펀딩 참여자들 아직까지 돈 못 돌려받아
펀딩업체 측 고문 변호사 "개인적인 소비자 보호장치가 없어 위험"

야외캠핑장 조성 공사가 중단되고 8개월 동안 방치되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의 한 음식점의 모습. 2022.08.01. jungxgold@newsis.com.

[남양주=뉴시스]김정은 기자 = 경기 남양주시의 한 음식점이 지난해 시설 확충을 위해 진행한 펀딩에 참여한 서포터들이 갑작스러운 음식점 폐점으로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펀딩 참여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일 관련업체와 피해자 등에 따르면 남양주시의 A음식점은 지난해 6월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야외캠핑장을 조성한다며 공사비 충당 등을 위한 펀딩을 진행했다.

펀딩은 참여자에게 참여금액만큼 고기이용권(교환권)과 야외캠핑장 방문권이 포함된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진행은 유명 펀딩업체가 맡았다.

약 2주간 진행된 펀딩에는 1500명 남짓한 인원이 몰렸으며, 각각 적게는 3만원부터 많게는 80만원까지 상품권을 구매해 펀딩 목표액인 1997만원을 훌쩍 넘긴 2억8000만원이 모였다.

그러나 약속된 9월이 돼서도 야외캠핑장 공사는 끝나지 않았고, 음식점 측은 펀딩 참여자들에게 착공허가 지연과 기상 악화, 공사비 부족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후에도 음식점 측은 공사비가 모자라다며 법인 계좌로 직접 입금을 받는 방식으로 2차 펀딩을 진행, 1차 펀딩 참여자 중 일부가 개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A음식점은 지난해 12월 말 ‘종업원 단체 백신접종으로 일시휴업을 한다’고 공지한 뒤 돌연 문을 닫고 다시는 영업을 재개하지 않았다.

추후 확인된 사실이지만 A음식점은 당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펀딩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확장 공사비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공사업체와 마찰을 빚었다.

다행히 1차 펀딩 참여자들은 모금한 돈이 음식점에 전달되기 전이어서 투자금을 100% 환불받았지만, 음식점이 제공한 상품권을 일부라도 사용한 참여자들은 정산 문제로 아직도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펀딩업체를 거치지 않고 법인계좌로 직접 입금한 2차 펀딩 참여자들은 음식점 측과 개별적으로 거래한 셈이 돼 민사소송을 통해 따로 보상을 받아야 할 처지다.

펀딩금액 만큼 지급받은 상품권. 현재는 음식점의 운영 중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 2022.08.01. jungxgold@newsis.com

1·2차 펀딩에 모두 참여했다는 한 여성은 “거주지역과 가깝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 50만원 정도 선금을 낸다는 생각으로 펀딩에 참여했다”며 “2차 펀딩에 참여한 3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도 검토했지만 비용과 시간문제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펀딩 참여자뿐만 아니라 펀딩 중개와 캠핑장 조성에 참여한 업체들도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펀딩업체 관계자는 “음식점에서 자금 사고가 발생하면서 성공 수수료도 받지 못했지만, 소비자 권익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펀딩 참여자들에게 환불을 안내하고 신청자들에게는 전액을 환불했다”고 밝혔다.

캠핑장 예약앱 제작을 맡았던 업체 측도 “어플리케이션 제작을 의뢰받아 열심히 제작했지만, 음식점 측이 차일피일 잔금 1200만원 지급을 미루다가 올해 초부터는 아예 연락이 두절됐다”며 “채권압류와 추심명령까지 받았지만 법인계좌에 돈이 없어 회수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A음식점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이미 연락처를 바꿔 없는 번호로 나왔다.

A음식점 대표의 가족은 “애초에 사기를 목적으로 펀딩을 진행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그동안 경영난으로 적자가 쌓인 데다 야외캠핑장 공사비가 예상보다 2배 이상으로 들어가 감당할 수 없게 돼 갑작스럽게 음식점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족 모두 고시원에서 살면서 한 푼이라도 아껴 월 100만원씩이라도 빚을 함께 갚아 나가고 있다”며 “저희를 도와주시려고 했던 펀딩 참여자들을 위해 조금씩이라도 꼭 갚아가겠다”고 말했다.

펀딩업체 측 고문 변호사는 “펀딩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투자 또는 후원 목적의 비즈니스기 때문에 일반 소비와 다른 형태”라며 “펀딩업체가 아닌 개인적인 펀딩은 소비자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또 “소비자들은 펀딩에 참여하기 전 펀딩제품이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스토리와 다른 내용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프로젝트의 이력이나 피드백 등도 참고해 믿을 만한 메이커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xgol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