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부서지는 노동, 암울한 가난 속에서 꽃피운 희망

송광호 2022. 8. 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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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여러 번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딱하게 여겼다."

최근 출간된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교유서가)는 스웨덴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를 엮은 책이다.

하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복지국가 스웨덴에서도 청소만으로 다섯 아이를 양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책은 1970년 스웨덴 출판사 라벤 오크 셰그렌이 주관한 소설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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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청소노동자의 고단한 삶..'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출간
책 표지 이미지 [교유서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살면서 여러 번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딱하게 여겼다."

최근 출간된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교유서가)는 스웨덴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를 엮은 책이다.

청소 노동의 애환을 그린 듯한 책 제목과는 달리, 정작 책은 청소와 관련한 내용을 그리 많이 담지 않았다.

그보다는 청소노동자가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 성장하는 과정에 좀 더 주목했다. 요컨대 이 책은 배움이 부족했던 한 여성이 책을 통해 지적 세계를 확장해가는 성장 이야기다.

저자인 마리아 에겔뢰브는 1953년 한국전쟁부터 1969년까지 벌어진 일들을 차분히 서술해 나간다.

특히 본격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일상이 책에 주로 담겼다. 또한 베트남 전쟁,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전쟁, 68혁명, 케네디 대통령 암살 등 격동하는 1960년대 세계 모습도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저자는 1957년 이혼 후 다섯 아이를 홀로 키웠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경력도 없고, 배움도 부족했기에 일자리 찾는 것부터 어려웠다. 가까스로 찾은 일이 청소부. 하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복지국가 스웨덴에서도 청소만으로 다섯 아이를 양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초과근무를 해서 청소를 해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넉넉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는 꿈은 손에 닿을 기미가 없었다. 그저 "날마다 무능력을 실감"하는 일상만이 반복됐다.

"너무 고된 일이라 누구라도 끝낼 수가 없다. 건강해야 한다. 온몸이 부서진다….(중략) 아마도 나는 청소부로 남겠지. 내 구조를 바꿀 힘이 없다. 살면서 단 하루도 굶주린 적이 없던 내가 암울한 가난에 지쳤다."

그럴 때마다 책과 배움이 삶의 버팀목이 됐다. 그는 독서를 통해 자신의 주변과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하나하나 깨달아갔다. 역사학, 언어, 수학까지 배움의 지평을 넓혀갔다. 배움에 대한 그의 열정은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칼스쿠가에서 대학 과정 역사학 강의를 듣는 청소부"라는 기사까지 신문에 실렸다.

"눈이 있는 한. 그리고 책이 있는 한 모든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개인의 내밀한 감정을 담은 일기답게 저자는 때로 분개하고, 실망하며, 기뻐한다. 그 복잡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책 후반부쯤 한층 성숙해진 작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책은 1970년 스웨덴 출판사 라벤 오크 셰그렌이 주관한 소설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가 별세하기 2년 전인 1987년에는 스웨덴 노동문학상인 '비바르 루유한손 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09년에는 스웨덴 '1,000대 고전'에 이름을 올렸다.

이유진 옮김. 304쪽. 1만6천800원.

저자 사진 [교유서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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