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덕희 단장 "뮤지컬 '원더보이', 김연수 작가도 흥미 100% 믿어줘"

강진아 2022. 8. 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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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서울시뮤지컬단 뮤지컬로 초연 19~27일 공연
박준영 연출 "판타지에서 출발해 진한 리얼리즘"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덕희(오른쪽) 서울시뮤지컬단장과 뮤지컬 '원더보이' 박준영 연출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김연수 작가의 동명 소설 '원더보이'를 무대에 올린다. 문학적 형식미가 돋보이는 원작 소설을 음악 중심의 무대언어로 전환, 파격적이고 새로운 형식의 창작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2.08.0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작품 속 인물들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고통을 안고 있어요. 주인공 정훈이가 초능력을 잃어버리고 어른이 되는 과정처럼,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잃어버리고 잊혀짐으로써 성장하고 살아가는 거죠."(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은 현시대에도 있어요.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손잡고 연대해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게 사회를 후퇴하지 않게 하는 방향 아닌가 싶어요."(박준영 연출)

김연수 작가의 장편소설 '원더보이'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1984년,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초능력을 갖게 된 10대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지닌 인물들을 만나고 그 사연을 통해 시대적 아픔도 담아낸다. 오는 19일부터 27일까지 초연하는 창작뮤지컬 '원더보이'는 서울시뮤지컬단이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처음으로 올리는 소극장 작품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박 연출은 "원작의 설정과 뼈대가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며 "초능력이라는 판타지에서 출발해 진한 현실의 리얼리즘으로 들어가는 흐름을 뮤지컬에서도 잘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소설은 주인공 정훈의 1인칭 시점이다. 이를 무대화하며 주인공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압축하되, 주변 인물까지 잘 드러나도록 3인칭으로 시점을 바꿨다. 서사가 진행되며 소년의 요동치는 감정은 음악을 통해 극적으로 그려낸다.

박 연출은 "시점이 변화하면서 갈등 구조나 감정을 최대한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했고, 음악에 힘을 쏟았다. 정훈이가 특별하게 멈추는 1초의 순간이 있는데, 연주만으로 채우는 등 음악적으로 다양하게 실험해보고 있다"며 "무대는 80년대 배경을 구현하기보다는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정훈을 억압하는 차가운 새장 같은 이미지로, 사이사이에 빛이 쏟아질 땐 감정의 색이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덕희(왼쪽) 서울시뮤지컬단장과 뮤지컬 '원더보이' 박준영 연출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김연수 작가의 동명 소설 '원더보이'를 무대에 올린다. 문학적 형식미가 돋보이는 원작 소설을 음악 중심의 무대언어로 전환, 파격적이고 새로운 형식의 창작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2.08.01. pak7130@newsis.com

공연 대본이 나온 후 책을 다시 읽어봤다는 김 단장은 "사실 창작진에게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원더보이'는 글의 형식적인 실험을 한 작품이다. 그 형식미를 음악과 안무로 채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작품에 80년대 이야기가 깔려있는데, 당시 정서를 지금의 관객과 만나게 하는 지점이 중요했다. 민주화 투쟁을 겪지 않았더라도 공감할 수 있도록, 누구나 보편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게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김연수 작가는 본인의 작품이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바뀌는데 굉장히 흥미로워한다. 제가 작품에서 유지했으면 하는 점을 묻기도 했는데, 의견을 내면 안 된다며 전적으로 믿어줬다. 공연장에서 보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2년여의 개발 과정을 거친 작품은 지난해 8월 한국예술종합학교 뮤지컬 아카데미 8기 연출가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관객과 만났다. 박 연출은 작가 성재현, 작곡가 박윤솔과 손잡고 8개월간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70분 분량의 낭독 공연을 완성했다. 당시 멘토로 참여했던 김 단장이 지난 2월 임기를 시작한 후 처음 올리는 창작뮤지컬로 이 작품을 가져오면서 정식 공연을 올리게 됐다.

서울예술단에서 공연기획팀장으로 일했던 김 단장은 김연수의 동명소설 '꾿빠이, 이상'을 창작가무극으로 제작한 경험도 있다. 그는 "김연수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서 '원더보이'는 언젠가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꼭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며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출들이 작품을 찾는 과정에서 '원더보이'가 나왔는데, 박 연출이 만들고 싶다고 해 작품 개발로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박 연출은 "돌아보니 지난해 낭독공연이 소설을 대본화하는 데 1차적 과정이었다면, 이번 각색 작업에선 작품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고민하며 거듭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원더보이'에서 주인공 '정훈' 역을 맡은 배우 김범준, 이휘종.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2022.08.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단장은 '원더보이'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창작뮤지컬 4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11월엔 이금이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한국인의 디아스포라 이야기를 담은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공연한다. 또 중년층 관객층을 타깃으로 뮤지컬단 50대 여자 배우 7명을 주인공으로 이들에게 영감을 받거나 인터뷰해 작품을 쓰는 디바이징 창작물 그리고 대극장 창작뮤지컬까지 준비 중이다.

김 단장은 "예술단체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레퍼토리를 확보해야 한다. 레퍼토리 구축을 위해 내년까지 최소 창작뮤지컬 네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첫 소극장 뮤지컬인 '원더보이'도 새로운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뮤지컬단이 시민들의 문화 향유에 초점을 맞춰 라이선스 작품을 많이 해왔다면, 제 역할은 장기적으로 창작뮤지컬을 개발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여러 시도를 할 예정이죠. 창작은 리스크도 있기에 스스로 기대하면서 부담도 있어요. 창작뮤지컬 장르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시도를 지켜봐줬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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