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50층 고급 임대주택 찾은 오세훈 "하계5단지의 미래"
(싱가포르=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이건 피나클이 아니라 하계5단지에요. 하계5단지의 미리 온 미래입니다."
1일 오후 싱가포르의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이하 피나클)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본 주택의 첫인상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하계5단지가 1천540세대인데 피나클은 1천800세대다. 용적률을 435%로 높이고 딱 저기서 한두 층 잘라내면 하계5단지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피나클은 높이 50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하계5단지를 용적률 435%를 적용해 초고층 공공주택으로 고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오 시장은 실제 피나클에 거주하는 한국인 주민 최정원(44) 씨와 함께 단지 및 주택 내부와 최고층인 50층에 있는 공중정원을 둘러봤다.
최씨는 싱가포르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싱가포르로 이주했고 피나클의 첫 분양자로부터 2015년 주택을 구매해 7년간 거주 중이다. 이곳에는 50층에 유료 전망대로 운영되는 스카이브릿지가 있고 26층에는 거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조깅트랙 등 커뮤니티시설이 있다. 최씨는 이런 시설들로 인해 공공주택이 아니라 "콘도 느낌이 난다"고 했다.
피나클의 2009년 분양가는 3억4천만∼6억원이었고 최씨가 구매할 때는 8억원(한국기준 35평형)에 거래했다고 한다. 현재 시세는 평균 12억∼13억원 정도다.
최씨는 "첫 분양 당시에도 일반 임대주택보다 최대 2배가량 비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고, 약간의 소득이 있는 분들만 들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피나클의 외관은 하늘 높이 솟은 고층 형태와 동을 서로 연결하는 스카이브릿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녹지 조성 등으로 인해 임대주택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고급 콘도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주택 내부는 화려한 외관에 비해 다소 소박했다. 이는 주택 내부를 고급화하기보다는 가변적이고 실용적으로 설계해 주민이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도록 하는 싱가포르의 주택건설 문화적 특징 때문이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오 시장은 50층에 올라 전망을 감상하며 "도심의 높은 상업용 건물에 올라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도심 한가운데 큰 임대주택이 있는 모습을 상상도 못 한다"고 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피나클도 처음에는 50층 높이로 지으면 주변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건물이 들어서고 나서는 밤에 사람들이 많아지는 등 지역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기술이 발달해 우리는 이보다 더 잘 지을 수 있다"면서 "노후 임대주택 단지를 이런 식으로 고밀개발하면 임대주택 수가 늘어나고 극빈층 주거 형태의 상징이 아닌, 청년과 신혼부부가 들어가 다음 단계로 주거를 상향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네도 바뀌게 된다"며 "지금은 고정관념으로 임대주택에 반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임대주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주민들이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하계5단지 외에 대표적인 노후 임대주택 단지로 강서구 가양동, 노원구 상계동, 마포구 성산동을 언급했다.
현장에 함께 나온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서울시와 SH공사가 함께 보유한 400개 단지 22만 채 전체를 순차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개발하면 50만 채 가까운 물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고품질화로 인해 건축비가 증가하면 월 임대료가 오르는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월세는 평형별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 연동형으로 제도가 바뀐다"며 "건축비가 많이 들어도 이것이 임차인에게 전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건축비 상승으로 인한 재원 부담 우려에 대해서는 "SH공사가 보유한 장기전세주택 3만3천 채를 20년 만기가 됐을 때 다 팔면 단순히 계산해도 36조원의 자산이 생긴다"면서 "이것 외에 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정부 보조금까지 활용하면 재원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계5단지 입주 시점은 2027년으로 최대 3년 앞당길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두를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이미 개념설계가 나왔기 때문에 SH 사장께서 한국에 돌아가서 빨리 진행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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