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진압'하니 유엔이 우려 서한..朴·文정부 답신 보니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때 조명된 윤석열 정부의 '대(對)노조 강경 진압설'이 실현됐을 경우 국제 사회가 내놨음직한 반응이 주목된다. 고물가 등 경제 문제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노사 갈등 조짐은 늘었는데, 유엔 측은 노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처를 두고 인권 측면에서 우려를 표한 전례가 있다.
유엔 측은 박근혜 정부때는 물론 문재인 정부 때도 '불법 집회'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속 등 대응이 국제인권규범과 충돌할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노조 관계자에 대한 구속 등이 국제인권규범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는 코로나19(COVID-19)사태에 따른 방역 조치 일환으로 노조 관계자를 구속했다고 설명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비판해 왔던 윤석열 정부 때는 노조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될지 관건이다.
가장 최근 유엔 측이 내놓은 반응으로는 2021년10월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를 벌인 혐의로 구속된 이후 재판을 앞뒀을 때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이 있다. "인권옹호자이자 노동조합 운동가인 양경수씨가 자유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혐의로 체포, 구금된 것과 관련해 우리가 입수한 귀하의 정부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자 한다"며 우려를 표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따른 방역 정책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인권 우려에 선을 긋는 서한을 회신했다.
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 결과 클레망 불레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 유엔 인권보고관들은 지난해 10월 한국 측에 보낸 서한에서 양 위원장이 서울시의 '10인 이상 집회 금지' 조치를 어기면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가 구속된 사태는 노태우 정부때인 1990년 3월 국회에서 비준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내 조항들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을 펼쳤다.
구체적으로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가 인정된다'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이에 가입하는 권리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과의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등 조항과 배치될 수 있다는 게 유엔 측의 논리였다. 한국 정부에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내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이 존재함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국제인권규범에 명시된 권리의 행사는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보건 보호 등의 사유로 제한될 수 있다"며 양 위원장이 감염병예방 및 관리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ICCPR, ILO 협약 위배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공중보건을 해치는 집회는 ICCPR 제19조(표현의 자유) 및 22조(결사의 자유)에 따른 권리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반박한 것이다. ILO 협약에 대해서는 '국내 법령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와 결사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6년 7월에는 데이비드 카예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등 인권 보고관들이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2018년5월 가석방)이었던 한상균씨가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노동권을 옹호하는 인권 활동에서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한상균 씨의 체포, 구금 및 선고에 우려가 표명됐다"고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도 유엔 측은 ICCPR의 조항 위배 우려를 제기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폭력집회는 국제인권규범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며, 폭력행위에 대한 비례적 처벌은 국제인권규범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며 한씨에게 제기된 폭력시위 혐의를 거론하는 답신을 발송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씨의 행위에 대한 기소 및 선고는 국제인권과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실었다.
그럼에도 2017년 4월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한씨가 '자의적 구금'을 당했다며 한국 정부에 석방을 권고했다. 노조원 구속은 문재인 정부 때는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친 이슈가 됐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노조 관계자가 구속된 것을 두고 "법리적으로 가능 하더라도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등산 시 추락방지 안전고리처럼 (국제사회가 인권 인식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목소리를 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발언한 대상인 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사태는 지난달 22일 일단락났다. 하지만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등으로 노사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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