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정기예금에 27조원 몰려..가계대출 7개월째 감소
시중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한 달 사이 정기예금에 27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개월째 감소했다.
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7월 정기예금 잔액은 712조4491억원으로, 전달(685조959억원)보다 27조3532억원 불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에도 전달 대비 19조1369억원 늘어났고, 지난달 들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정기적금 잔액(38조1167억원)도 전달보다 6524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금리가 연 0.1% 수준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34조5261억원 감소한 640조331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3일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자 시중의 여윳돈이 정기예금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이동하는 ‘역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된 셈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97조4367억원으로, 전달 대비 2조2155억원이 줄었다.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감소다. 신용대출 잔액(128조8256억원)이 1조8533억원 축소되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감소를 이끌었고, 주택담보대출(506조6804억원)도 910억원 줄었다.
실수요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자금 대출만 전달보다 4946억원 늘어난 133조4007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지표금리가 지속해서 상승해 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금융소비자들이 대출받기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시행돼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도 가계대출 수요가 감소한 원인으로 해석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DSR 3단계 규제 하에선 차주(대출받는 사람)의 총대출이 1억원을 초과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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