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이 美·中 긴장 고조를 일으키는 이유

김정률 기자 2022. 8. 1. 15: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0년 악연 펠로시 방문, 3연임 앞둔 시진핑에게 달가울 리 없어
美·中·臺 정치적 배경 속 최악의 시점까지 맞물려 작용
29일 미국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기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를 두고 중국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배경, 시점 등이 맞물려 복잡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은 1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시이아, 한국, 일본을 순차 방문한다. 미 하원 의장실이 공개한 순방 일정에는 대만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설이 제기될 때부터 초강도 비판을 쏟아내며 군사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잠시 시선에서 벗어났지만 대만해협은 동북아의 화약고로 불리며 휘발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세계 군사·경제력 1위인 미국은 세계2위 경제대국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 항공모함' 격으로 대만이 필요하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 체제 이후 더 넒은 바다로 진출을 위해 대만 통일이라는 역사적 숙원을 이룬다는 입장을 한층 더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대만'을 꼽으며 외세의 간섭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약 30년전 부터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였다. 그는 1991년 베이징을 방문해 1989년 발생한 톈안먼 민주화 운동 현장인 톈안먼 광장에서 유혈 진압으로 사망한 이들을 위한 추모 낭독을 하면서 중국과 악연을 시작했다.

이후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에도 중국 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대만은 이런 펠로시 의장을 강력히 지지했으며 펠로시 의장도 대만을 지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대만 문제에 민감한 중국으로서는 이런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달가울 리 없다.

여기에 미국의 권력 서열 3위라는 정치적 중량감을 가진 펠로시 의장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현직 하원의장으로서 대만을 찾는다면 중국이 말하는 이른바 '대만 독립'세력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대만의 정치적 입지도 커질 수 있다.

펠로시 의장이 입장에서는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이후로 한차례 미룬 대만 방문을 다시 미룰 경우 이른바 체면을 구길 수 있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만 방문을 다시 불발되면 중국에 압박에 굴복했다는 공화당의 여론전에 밀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가을 3연임을 노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일종의 '도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세계적 경제침체에 따른 인플레이션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가운데 지속되는 제로코로나 정책 등으로 가뜩이나 내부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민족주의에 기댈수 있는 대만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분야다.

앞서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변치 않는 역사적 임무이며, 전체 중화 자녀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을 견지하고 조국 평화 통일 과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92컨센서스'는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로, 92공식으로도 불린다.

중국 공산당 서열 4위 왕양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지난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92컨센서스 30주년 좌담회에서 대만이 92컨센서스를 지킨다면 대만 각당과 양안(兩岸 중국·대만)의 정치적 문제 및 조국 평화통일에 대한 소통 및 민주적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와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대만은 펠로시 의장이 '깜짝 방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않았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펠로시 의장이 순방 일정에 대만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안전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만 문제는 항상 매우 민감하게 다뤄졌으며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인사들은 대다수가 하루 앞두고서야 일정을 공개했다고 설명하는 등 대만 방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민징당 소속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그동안 중국의 정부의 외교적 고립 정책에 맞서 아시아, 미국, 유럽의 전현직 정치인들의 방문을 환영해왔다. 다만 차이 총통의 침착한 대응을 통해 중국 본토와 대만의 민간 경제 교류 등을 방해하려 않았다.

하지만 대만은 미·중 긴장 고조에 따른 중국의 위협 확산에 따라 점점 더 미국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대만 자체 군사력으로 중국을 당해낼 방법이 없는 만큼 미국의 적극적인 보호가 필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24~2027년 사이 중국이 미국 등 국내외 사정을 고려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당사자간 관계가 뒤얽힌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어떤 비상 사태가 발생해도 이상할 것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중국은 지난 30일에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 핑탄섬에서 실탄훈력을 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올해 연말 시 주석이 3연임을 위한 당 대회를 열 것이기 때문에 펠로시 의장이 방문이 긴박한 시기에 맞닿아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앞으로 몇 주안에 이를 위한 토대 마련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중국 지도부에 힘을 보여주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펠로시 의장이 항공기 결함이나 급유 등을 이유로 대만에 잠시라도 착륙할 경우 중국의 반발은 예상 수위를 벗어날 수도 있다.

앞서 중국 환구시보 전 편집장인 후시진은 인민해방군의 전투기가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와 함께 대만 영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인민해방군이 대만 영공을 순찰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며 이는 펠로시 의장의 방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jr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