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축구팬 손에 땀 쥐게 하는 추가시간 득점
축구에서는 마지막 순간 단 한 번의 슈팅, 단 한 번의 실수가 승부를 바꿔놓을 수 있다. 90분 정규시간이 끝난 후 몇분간 주어지는 추가시간에 극장골이 터지며 양팀의 희비가 교차되기도 한다.
지난달 3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대구FC의 경기는 후반 정규시간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승부가 명확해 보였다. 1-1 동점 상황에서 후반 21분 김승준이 퇴장당하며 수원은 수적 열세에 놓였고, 경기가 막바지로 치닫는 후반 41분 대구 페냐가 역전골을 터트렸다.
대구의 역전승으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막판에 요동쳤다. 수원에 극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파하는 박주호를 김우석이 잡아당겨 저지하면서 파울을 범했다. 김우석은 즉시 퇴장당했고, 수원은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김현의 슈팅이 대구의 골대를 뚫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경기 종료 5초 전 터진 동점골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득점은 희귀한 현상이 아니다. 프로축구연맹 자료에 따르면 K리그1에서 2018시즌에는 52개, 2019시즌에는 61개, 2020시즌에는 28개, 2021시즌에는 49개의 골이 후반 45분 이후 추가시간에 터졌다. 2020시즌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27라운드로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 시즌 라운드별 평균 1개 이상의 득점이 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서는 팀당 23경기씩 치르는 동안 후반 추가시간에만 총 31개의 골이 나왔다. 역시 라운드당 평균 1골을 넘어가는 수치다. 이번 시즌 가장 많은 후반 추가시간 득점을 기록한 팀은 인천 유나이티드(5골)이며, 수원FC(4골)가 그 뒤를 잇는다.
반면 후반 추가시간에 가장 많은 실점을 허용한 팀은 수원FC와 대구FC로, 나란히 5골씩을 잃었다.
K리그1 12팀이 일제히 22라운드 경기를 치른 지난달 16일에는 6경기 중 절반인 3경기에서 추가시간 득점이 나왔다. 밀로스(성남)가 전북을 상대로 시즌 3호골을 터트렸고, 이정협(강원)이 수원FC와의 경기에서 팀의 네 번째 골을 터트리며 승리의 쐐기를 박았으며, 일류첸코(서울)는 대구의 골대에 결승골을 꽂아넣으며 서울을 5경기 연속 무승의 수렁에서 구출해냈다.
인천에서 뛰다가 일본 J리그1 비셀 고베로 이적한 스테판 무고사가 이번 시즌 후반 추가시간에만 4골을 넣으며 극적인 해결사로 활약했고, 밀로스(성남)와 엄원상(울산), 일류첸코(전북에서 1골, 서울에서 1골), 정재용(수원FC), 허용준(포항)이 각각 2골씩을 넣었다.
지난달 31일 대구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정재용(수원FC)은 이날 경기 후 “K리그 전체 골 분포를 보면 90분 이후 들어가는 골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그만큼 짜릿한 게 있다”면서 “수비보다 공격 쪽으로 준비를 많이 하다 보니 경기가 끝날 때까지 힘들다. 그렇지만 전보다 골이 많이 터지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니 팬분들이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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