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남부 헤르손 반격은.."전쟁 3단계 새 국면 진입"
기사내용 요약
1단계 키이우·2단계 돈바스 점령…3단계 헤르손 탈환 시도 분석
헤르손 탈환 여부 중요 분수령…실패 시 서방 지지 약화 부담도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주(州) 탈환을 위해 대대적 반격에 나서면서 러시아와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리엇 코언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군이 헤르손 탈환에 성공한다면 뱀섬(즈미니이섬) 탈환이나 모스크바함 격추보다 의미가 크다"며 "전쟁에서 확실한 것은 없지만, 서방의 군사·경제적 지원이 지속될 경우 기세는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코언 연구원은 특히 "헤르손 탈환을 시도 중인 현재의 국면은 러시아 군이 개전 초 키이우 함락과 함께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를 시도했던 1단계, 압도적인 화력을 쏟아부으며 돈바스 점령에 나섰던 2단계 국면에 이어 새로운 3단계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헤르손은 개전 후 러시아 군이 가장 먼저 점령을 시도할 만큼 전략적으로 가치가 높다. 2018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와 직접 연결된다. 완전 점령을 목표로 내건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까지 더해 우크라이나 동남부 장악에 필수적이자 상징성이 큰 곳이다.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 2개월 간 동부 루한스크주 함락 위기 속에서도 러시아 군이 장악한 헤르손 전선에서의 새 돌파구 마련에 더 많은 공을 들여왔다.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무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공세적 반격을 시도했다.
실제로 6월 중순 하이마스가 전장에 실전 배치된 이후 우크라이나 군은 헤르손 인근 러시아 군의 후방 탄약고와 지휘소를 정밀 타격하며 동북부에 집중된 전선의 균형을 깨뜨려왔다. 최대 사거리 80㎞에 달하는 로켓 6발을 동시에 쏟아낸 뒤 신속히 전장을 떠나는 이른바 '히트 앤드 런' 전술로 전과를 쌓아왔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현지 TV인터뷰에서 "하이마스가 최근 러시아 탄약고 50여 곳을 파괴하고, 러시아군 지휘소와 전략 목표물 수십 곳을 파괴했다"며 전과를 소개하기도 했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군은 7월 중순부터는 크름반도에서 헤르손으로 유입되는 러시아 군의 후방 보급로 역할을 하는 주요 교량을 집중 파괴해왔다. 크름반도와 헤르손 사이에 흐르는 드니프로 강을 건너기 위한 안토노우스키 다리를 파괴해 러시아 군을 고립시켰다.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달 19일과 26일, 27일 세 차례에 걸쳐 크름반도에서 헤르손으로 연결되는 3개의 다리 가운데 2개의 안토니우스키 다리(자동차 교량·철도 교량)를 파괴했다.
영국 국방부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군수물자 보급을 위해 안토니우스키 다리 동쪽으로 50㎞ 떨어진 곳의 노바카호우카 댐 위의 교량으로 우회하는 방법 대신 부교(浮橋)를 설치하는 중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해 선박을 통한 수송을 시도 중에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군이 집요하게 헤르손 인근에서 반격을 가하면서 러시아 군은 주요 병력을 남부 전선으로 재배치 하고 있다. 한달 간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도네츠크주 전선에서 병력을 빼서 헤르손 인근에 이동시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1일 대국민 정례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 군은 남쪽 점령지에서의 진지를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동부 전선의 러시아 군 일부는 남쪽으로 이동 중에 있다. 헤르손 지역과 자포리자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 군은 최근 전열을 재정비 한 뒤 도네츠크 전선에서 활약했던 와그너 용병그룹과 정예 부대를 중심으로 남부 전선 헤르손 인근에 재배치 했다"고 평가했다.
호주 예비역 소장 출신의 믹 라이언 군사 전략가는 WSJ에 "헤르손을 수복하려는 우크라이나 군의 공세는 이번 전쟁의 중요 분수령이 되고 있다"며 "이번 공세로 러시아 군은 주요 병력을 돈바스에 주둔시킬지, 헤르손 보호를 위해 남쪽으로 이동시킬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우크라이나 군이 헤르손을 수복할 경우 크름반도의 러시아 흑해 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세바스토폴 항구까지는 불과 240㎞ 거리에 놓이게 된다"면서 "이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군이 헤르손 탈환에 실패할 경우 역풍에 직면하게 될 위험성도 상존한다고 WSJ는 짚었다. 우크라이나 군의 전투 의지와 달리 천연가스 공급난에 시달리는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평화협정 요구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우크라이나 군의 헤르손 탈환 시도가 실패하거나 흔들릴 경우 서방 국가들로부터 전쟁에 대한 지지가 약화될 수 있다"며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감소에 직면한 서유럽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협상 타결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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