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 정책 '복원'만 재확인하다

최영윤 2022. 8. 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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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7차 핵실험을 억지하기 위해 한미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2022.06.29.)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강조한 일성이다. 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연합방위 태세를 강화한다는 통상의 표현에 회담의 진의가 가려질 것을 우려해서일까.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기 개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 실시, 한미연합훈련의 확대 등을 회담 성과로 언급했다. 각각의 개념과 의미를 짚어봤다.

■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 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 차관급 4명이 모여 논의하는 회의다. 한·미 국방부 차관보급 인사가 정례적으로 모이는 억제전략위원회(DSC· Deterrence Strategy Committee)보다 참가자의 급이 높고 논의 범위도 넓은 셈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석 달 후인 2016년 12월 첫 회의가, 6차 핵실험 넉 달 후인 2018년 1월 두번째 회의가 열렸다. 이후 남·북·미 정상회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개최되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EDSCG 재가동에 합의했고, 이번 국방부 장관 회담을 통해 그 일정이 구체화됐다. 정부 관계자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다음 달 열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이른 시일 내에 최고위급 인사들이 서둘러 모인다는 의미다.
■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 : Table Top Exercise)

핵위기 발생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이 서로 확장억제에 대한 개념을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하기 위한 연습이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토의식 연습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으로 진행된다. 우리 국방부에서는 주로 실장급이 참석했으며 2011년 첫 연습이 실시된 이후 1~2년에 한 번씩 주로 미국 내 전략사령부나 태평양사령부, 공군기지 등에서 열렸다. 지난해에도 개최됐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회담 직후 직접 TTX를 언급하고 조만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통상 연간 두 차례 열리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 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를 계기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019년과 2021년 각각 실시된 만큼 개최 여부 보다는 실질적인 연습 내용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을지프리덤실드(UFS : Ulchi Freedom Shield)

지난달 국방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서 공개한 명칭이다. 전시 상황에 대비해 정부 부처들의 대응 상황을 훈련하는 을지연습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군사 연습인 한미연합지휘소훈련(CPT)을 통합 시행한다. 2018년까지 을지프리덤가디언(Ulchi Freedom Guardian)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고 이후 을지연습과 지휘소훈련은 분리돼 실시됐다.

이종섭 장관은 로이드 장관과 한·미 군사훈련을 확대해 2019년 이후 중단했던 군단급 이상 연합훈련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되는 프리덤실드(Freedom Shield) 연습과 달리, 을지프리덤실드는 대규모 실기동훈련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연합 훈련도 시행하겠다고 전했다. 별도 훈련엔 군단급 연합훈련도 포함됐다.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은 남·북·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던 2018년 이후 연대급 이하 소규모로만 실시됐고, 훈련 모습도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국방부 장관 회담에서 을지프리덤실드가 상징하는 의미를 공유하고 연습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부터 연합연습 기간과 연계해 규모를 확대한 연합 실기동 훈련을 적극 시행하고 2019년 이후 중단된 연합항모강습단훈련과 연합상륙훈련 등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 핵실험 억지, 가능할까?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국방 수장이 만나 상황을 공유하고 핵실험 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 의사를 재천명했다는 점에서 회담의 의미를 평가절하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미 국방부 장관 회담을 통해 새로 합의된 사항은 많지 않다. 기존에 하던 회의를 올해도 한다고 확인했고, 올해에 하기로 이미 약속했던 회의 날짜를 확정했으며, 기존에 합의한 훈련 일정을 재확인한 수준이다. 미국 국방부는 회담 성과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번 회담을 통해 윤석열 정부 대북 국방정책이 '복원'에 집중돼 있다는 점만 다시 한번 확인됐다. 2018년을 기점으로 중단·축소하거나 비공개로 실시했던 연습과 훈련, 회의를 그 이전으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국방정책에서는 2018년 이후 진행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결과 가운데 '9.19 군사합의' 정도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책 전환 결과에 대한 단기적 평가는 이종섭 장관이 직접 밝힌 한미 국방부 장관 회담의 목적, 즉 '북한의 핵실험을 억지한다'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 성패를 예견하긴 힘들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은 가능하다.

2018년 이후를 혹시 '실패'라고 판단한다면 2018년 이전은 '성공'이었는가? 현재 복원을 시도 중인 정책들이 과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과정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는가? 개발을 억지하거나 최소한 진행속도를 지연시켰는가?

대북 국방 정책이 '복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모두가 앞선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영윤 기자 (freeya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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