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학점특혜' 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 논란 속 취임
유철균 전 이화여대 교수가 자질 논란 속에 제12대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처벌받은 인물로, 지역 시민단체는 그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신임 유철균 원장이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3년간 연구원을 이끌게 된 그는 취임식에서 “대구·경북과 나라 안팎이 엄중한 시기인 만큼 시대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지방정부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연구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고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00만부 이상 팔린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로 더 유명하다. 스물둘에 필명으로 조선시대 정조 독살설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쓰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후 그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산업 활성화 운영위원장, 민선 8기 지방시대 주도 경상북도 준비위원회 문화예술분과 위원장 등을 맡았다.
유 원장이 정식 취임하자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모욕적인 인사”라며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재식 우리시민복지연합 사무처장은 “유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받은 만큼, 자신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면서 “형 집행이 마무리되면서 죗값을 받았다고 하지만 도덕성 문제는 거론할 가치가 없는 팩트”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2016년 6월 수업에 나오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은 정씨에게 합격 점수를 준 혐의와 같은해 10월 특혜 의혹 수사가 시작되자 교육부 감사에 위조한 답안지를 증거로 제출하고, 조교들에게 출석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 받았다. 2018년 5월 대법원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했고, 이후 교수직에서도 해임됐다.
은 사무처장은 “그간 대구경북연구원은 사업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 등 지나칠 정도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면서 “이제는 연구물이 위조·조작됐다는 꼬리표도 달게 됐다”고 비꼬았다.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추천위원회는 원장직 1차 공모에 5명이 응모했으나 적격자가 없어 2차 공모를 거쳐, 유 전 교수를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원장으로 임명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1991년 대구시와 경북도가 출연해 설립한 기관으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번갈아 원장을 선임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CEO를 영입해 성공시대를 열었다”며 “대구경북연구원도 대한민국을 바꿀 파괴적인 정책대안들로 지방 성공시대를 열어달라”고 밝혔다.
논란에 대해 유철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시민단체에서 문제점을 짚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경청하고 있다”며 “대경연 구성원들이 그동안 쌓은 전문성과 연구 독립성을 존중하고 협의해 조직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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