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데뷔' 이재명, 윤 정부 안보 추궁 "북 핵실험 준비 다 됐다더니..별로 아는 게 없는 듯"
"지지 않는 나라 만들기 함께하겠다"
대선 주자 같았던 첫 인사말도 눈길
야권의 대선 주자이자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이 1일 국회의원으로서 첫 상임위원회 데뷔전에 나섰다. 이 의원은 군 당국을 상대로 한 질의를 통해 “평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안보다. 자극적 언행 등으로 위기·적대감을 조장할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대북 관계 등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안보 대응 전략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21대 하반기 국회 국방위 첫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6·1 보궐선거에서 초선 배지를 단 뒤 상임위에 처음으로 참여해 의정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당초 이 의원은 지난달 의원별 상임위 신청 당시 국방위를 1순위로 지망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등을 고려해 국토교통위나 행정안전위 등은 피하면서다. 전통적으로 당 대선 주자들이 안보 이슈에서 약점을 가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국방위에서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며 당권·대권을 모두 노리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19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으로서 국방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이 의원의 이날 국방위 첫 회의 인사말도 대선 주자 연설을 연상케했다. 이 의원은 “국가공동체를 지키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 국방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외교와 국방, 안보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지지 않는 나라, 주권을 빼앗기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저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질의 순서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우리가 강력한 국방력을 기초로 해서 내실있게 안보, 국방을 해나가되 불필요하게 또는 꼭 안해도 될 자극적 언행을 통해 괜히 위기를 조장하거나 적대감을 강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해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도 “그보다 더 나은 것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소위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안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이 “평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제일 좋은데, 힘이 없으면 유지가 안 된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당연한 말씀”이라면서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자”고 응수했다.
이어 이 의원은 “앞으로 용어 선택이나, 아니면 태도 등에서 가능하면 한반도가 평화체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소위 안보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최근 군 당국의 대북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의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7차 핵실험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이 의원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어느 정도 진척됐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이 장관은 “우리가 정확히 판단하긴 어렵지만 상당한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별로 아는 게 없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그는 “약간 아쉽다”며 “우리 국민들께서 알고 싶은 것은 ‘상당한 기술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게 아니다. 좀 더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미군이 없으면 (우리 군이) 북한 전력에 밀린다, 진다고 생각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이 장관이 “북한 핵까지 고려하면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답하자 “핵은 제외해야 한다. 거기에 부합하게끔 재래식 장비를 늘려야 한다는 말인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거듭 “전작권을 반환하는 게 아니라 전환한다는 건 완전한 군사주권 회복은 아니라는 데 동의하는가. 어느 독립국가가 그렇게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 의원의 이날 질의는 윤석열 정부가 최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고 응징·보복하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한국형 3축 체계’ 등 선제타격 전략을 애둘러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이 국방부 업무보고를 통해 한국형 3축 체계를 보고받은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남측의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말하며 남북관계가 위기에 빠진 것을 지적한 것이다.
당권·대권을 모두 노리고 나선 이 의원으로서는 상임위 활동을 통해 민생·안보에 집중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도 기대하는 전략이 읽힌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이 당권 행보뿐만 아니라 상임위 활동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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