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원금 탕감' 재산·소득 없는 '신용불량자'만..이달 발표

전슬기 2022. 8. 1. 14: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소상공인 빚 '원금 탕감'은 재산과 소득이 없는 신용불량자에게만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러 채무를 90일 이상 연체해 원금 탕감을 노리지 않도록 신규 금융 거래 제한 등 불이익 장치도 만든다.

연체가 되면 통장이 압류되거나 신규 대출 및 신용카드 이용 등이 어려워지며, 원금이 탕감된 이후에도 신용점수 하락과 연체 기록, 새출발기금 지원 기록 등으로 향후 몇 년간 금융 거래에 제약이 생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현재 90일 이상 연체시 금융채무불이행자 등록
자격 되어도 재산·소득 있으면 원금 탕감 제외
금융 거래 정지, 연체 기록 남는 패널티도 유지
개인사업자 및 법인소상공인 '탕감 한도' 중요
이 외 소상공인은 가계대출 일부도 이자 감면
서울 시내의 한 건어물시장에서 상인이 수레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소상공인 빚 ‘원금 탕감’은 재산과 소득이 없는 신용불량자에게만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러 채무를 90일 이상 연체해 원금 탕감을 노리지 않도록 신규 금융 거래 제한 등 불이익 장치도 만든다. 구체적인 방안은 이달 안에 발표한다.

1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이달 초·중순께 ‘새출발기금(30조원)’의 지원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대책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9월 말 이후 크게 2단계로 시행된다. 전체 660조원 소상공인 채무 중 빚을 잘 갚고 있는 정상차주(약 500조원)와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지원을 받고 있는 취약차주(64조원) 중 일부에게는 금융권과 협의해 저금리 전환 및 분할 상환 등을 제공한다. 반면 빚을 도저히 갚기 힘든 나머지 한계차주의 빚은 정부가 직접 새출발기금으로 매입해 채무를 조정한다.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은 상시 근로자 10인 미만의 개인 사업자 및 법인으로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차주들이다.

새출발기금에서 가장 주목 받는 부분은 원금 탕감이다. 정부가 지원 대상 소상공인의 원금을 60~90% 탕감한다고 밝히면서 성실상환자들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90일 이상 장기 연체자만 원금을 탕감하기로 했다. 현재 채무를 90일 이상 연체하면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돼 모든 금융 거래가 중단된다. 사실상 원금 탕감은 신용불량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에게만 제공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일부러 90일 이상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용불량자가 되면 받는 불이익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연체가 되면 통장이 압류되거나 신규 대출 및 신용카드 이용 등이 어려워지며, 원금이 탕감된 이후에도 신용점수 하락과 연체 기록, 새출발기금 지원 기록 등으로 향후 몇 년간 금융 거래에 제약이 생긴다. 또 정부는 재산·소득을 초과한 과잉 채무에 대해서만 원금을 탕감하고, 재산·소득을 통해 대출 상환이 가능하면 원금을 깎아주지 않기로 했다.

원금 탕감 한도는 정부와 금융권이 협의 중이다. 새출발기금 대상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개인 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이다. 정부가 원금 탕감 대상자 기준을 엄격하게 세웠지만, 한도가 너무 클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재발할 수 있다.

정부는 원금 탕감 대상자가 아닌 한계차주에 대해서는 이자 감면, 장기 분할 상환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채무 중 연체 발생 전이라도 부실이 우려되면 새출발기금이 매입해 이자 감면 및 분할 상환을 제공한다. 휴·폐업을 한 소상공인도 대상에 포함한다. 소상공인이 받은 사업자 대출 외에도 가계대출 일부도 지원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들은 사업자 대출 부족으로 가계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정부가 기준을 세밀하게 잘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체 발생 전 ‘부실 우려’는 추상적 개념이므로 금융권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워야한다. 소상공인 가계대출도 어떤 부분이 사업 자금인지, 어떤 부분이 일반 자금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일단 부동산매매·임대업자 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보증대출 등은 제외하기로 했지만, 이 외 애매한 부분은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만약 정부가 기준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또 성실상환자와 형평성 논란이 생기면서 지원이 절실한 소상공인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새출발기금이 금융회사로부터 부실 채권을 얼마에 매입할지도 관심이다. 금융사가 손실이 크다면서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으며, 일부 부실 채권에 보증을 선 지역 신용보증재단들도 구상채권(금융사에 채무를 대신 갚고 향후 채무자에게 회수할 권리)을 제 값에 받지 못할까봐 반발에 나설 수 있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자체 출연금이 들어가는 신보재단 재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새출발기금에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 성명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대한 시장가에 맞춰 사온다는 입장이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