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동훈 감독 "'외계+인' 유치한게 어때서? 의미 있는 시도"

양소영 2022. 8. 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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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을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사진|케이퍼필름

영화 ‘도둑들’ ‘암살’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한 충무로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51)이 이번엔 ‘외계+인’으로 돌아왔다.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 ‘외계+인’은 2022년 현재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며 지구에 살고 있는 가드(김우빈 분)와 썬더, 그리고 630년 전 고려에서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분)과 천둥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동훈 감독은 ‘암살’을 끝낸 이후 8번이나 시나리오를 고쳐 지금 버전의 ‘외계+인’을 만들어냈다.

그는 “‘암살’에서 멀리 떨어진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스토리의 본질은 호기심이다. 서울 상공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과거의 사람과 맞닿아 있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캐릭터들 역시 호기심으로 움직인다. 가드가 키우는 어린아이도 아빠라는 존재를 확인해야겠다는 호기심으로 이 일에 뛰어들고, 무륵도 신검이 뭐길래 사람들이 원할까 하는 호기심으로 움직인다. 두 신선도 현감을 죽인 밀본에 대한 호기심이고, 이 세계관의 키워드는 호기심이다. 여기 나오는 캐릭터는 일상에서 볼 수 없지만, 관객을 조금 더 다른 세계로 왔다 갔다 할 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외계+인’은 1부와 2부를 동시에 제작했다. 올 여름 개봉한 1부에 이어 2부는 내년 개봉한다.

최동훈 감독은 “그게 무서운 지점이다. 스토리는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연결된 이야기다. 그런 위험 부담은 있다.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1, 2부가 돼도 볼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도 드라마적 구성으로 간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대신 1부 자체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완성도가 있어야 해 1부 시나리오를 쓰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말했다.

이어 “1~2부를 한다고 했을 때 어디서 끝내야 할지 고민됐다. 가장 중요한 건 1부만 보더라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애를 썼다. 여러 가지 신이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여기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1~2부 같이 공개하는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 예전에 ‘킹덤’이라는 드라마를 5시간 동안 보고 나온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이 오래 남아있다. 영화를 5시간 동안 볼 수 있구나 싶더라. 5시간이 지루하지 않다는 게 충격이었다. 1, 2부를 같이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여러 시대 중 고려를 배경으로 한 이유는 뭘까. 그는 “고려가 이 영화에 자연스러워 보였다. 너무 낯설지 않고 정확히 알지 못하는 기묘한 시점이었다. 저는 삼국유사를 좋아한다. 10살 때 읽은 기억이 남아있다”며 “처음에는 삼국시대로 갈까 했다. 그런데 너무 멀기도 하고 도사가 있다고 믿어지는 가장 최근의 시간을 생각했다. 고려에 관심이 컸고, 그 시대 복장에 매료됐고 문화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SF, 무협, 판타지, 액션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고,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방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만큼 프리프로덕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욕심을 갖고 만들되 욕심을 버리려고 했다.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하면 감독인 제가 느끼는 영화적 밸런스가 맞지 않을 것 같더라. 흐름에 맞춰서 등장하고 효과적으로 나오려면 CG팀, 드라마팀, 특수효과팀, 미술팀 촬영감독과 프리 비주얼을 만들고 계속 수정해갔다”고 밝혔다.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의 김우빈 류준열 김태리 등의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다. 사진|케이퍼필름

‘외계+인’은 배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염정아 조우진 소지섭 등 많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최동훈 감독은 “원래 ‘외계+인’은 멀티캐스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해보면 나는 사람들의 인연이 운명처럼 만나서 모험을 떠나고 또 사건이 해결되면 헤어지는 것을 좋아했다. ‘외계+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캐스팅할 때 염두에 둔 배우가 류준열과 김우빈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류준열의 무륵과 김우빈의 가드로 시작했다”며 “김우빈은 과거 작품(도청)을 하려던 시도가 있었고 안돼서 뭐가 됐든 같이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류준열은 다른 영화 뒤풀이에서 잠깐 봤는데 계속 눈이 가더라. 말하는 목소리나 톤이 매력적이었다. 무륵이라는 캐릭터를 쓰자마자 류준열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개인적으로 총 쏘는 여자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타짜’의 김혜수, ‘암살’의 전지현도 그런 의미에서 나온 여성 캐릭터다. 총을 쏘는 여자들에게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김태리를 캐스팅한 것 같다. 염정아와는 세 번째 호흡이다. 전통적인 드라마도 잘 해내지만 염정아가 가진, 실례가 될 수 있겠지만 반쯤 허당 같은 우스꽝스러움이 있다. 다른 감독이 보여주기 전 어서 내가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이 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저는 코미디가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 써야 한다. 코미디 중에는 느닷없이 나오는 게 좋은 것 같다. 그것이 관객을 볼 때 숨통을 틔워주고 스토리를 부드럽게 넘어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조우진과 염정아가 잘해줘서 웃다가 촬영을 못한 적도 있다”며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을 1,2부와 나눈 이유, 흥행 부담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케이퍼필름

공개 이후 ‘외계+인’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관객들의 호불호가 큰 편이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마다 매번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범죄 영화를 연달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서 안 만들어진 영화라면 제가 좋아하는 영화,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고 그걸 만드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관객들은 영화관에 들어가면 천재라고 생각하는게 영화를 만들 때 제 기본 생각이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구성과 느낌이 있더라도 관객들의 호기심이 자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전 정신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쌍천만 감독으로서 흥행 부담도 있었을 터. 그는 “전작이 잘됐다고 해서 이번 작품이 잘되지 않는다는 건 안다. 모든 감독이 흥행 부담이 있다. 훈장이자 멍에 같은 거다. 당연히 예산도 많고 흥행에 대한 고민도 있다. 시나리오 쓸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매력 있게 만들지 집중한다. 영화를 만들 때는 흥행 고민이 들지 않고, 회식할 때 고민은 고민이라고 하는 정도다. 개봉할 때 되면 현실이 되니까 고민되지만, 실제로 영화 만드는 원동력이라면 흥행에 대한 두려움은 두 번째”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은 기획 단계부터 반대가 심했던 작품이다. 관계자분들이 유치해 보이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다. 그런데 난 유치한 게 뭐가 무섭냐는 주의였다. 가끔 세상은 유치하게 돌아가기도 하고, 그 유치함이 간혹 생각지도 못하게 돌아가며 즐거운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나. 그건 더 이상 유치한 게 아니라 생각한다. 물론 배우들은 촬영하면서 민망해하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적이 없는 영화라면, 또 내가 보고 싶은 영화라면 앞으로도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며 “이 영화 역시 한국에서 없기에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내가 궁금하다면 관객들도 궁금해하시지 않을까, 한 번도 보지 못한 구성과 느낌이라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제작하게 됐다. 어릴 때 영화 ‘백 투 더 퓨처’나 ‘에일리언’을 보고 너무 재밌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그 즐거움을 관객분들께도 전해드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관객의 선택이 궁금하죠. 장르적 특성에 호불호가 있다고 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어떤 장르도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해야만 영화를 만들 수 있어요. 한국 영화는 장르적으로 아직 다양하지 않은 것 같죠. SF를 영화를 구상하는 감독이 저만은 아니고 되게 많아요. 앞으로 이런 영화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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