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에 투자? 환경·노동 문제에 목소리 내는 자산운용사
지난해 안다자산운용은 네이버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자 회사 측에 ‘직장 갑질문화’의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이에 네이버는 소수 창립 멤버에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구조조정과 함께 직원들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 시 회사 시스템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 등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A기업에 환경공시 수준이 미흡한 이유와 개선방안을 질의했다. A기업은 “일부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서 공시건수가 줄어든 것”이라며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통해 일부 사업장 전력의 4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답했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자산운용사들이 기업의 환경·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주로 배당이나 이사회 독립성을 주장하던 데서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선 모습이다. 기업들도 관련 정보 공개 확대 등 주주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자산운용사의 주주관여 공시현황과 기업의 대응 사례’를 보면, 자산운용사가 온실가스나 폐기물 배출량과 같은 환경 문제와 관련해 주주 활동에 나선 비율은 2018년 5.4%에서 지난해에는 21.1%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안전사고와 같은 노동 문제에 대한 주주 활동 비율도 14.1%에서 19.3%로 증가했다.
반면, 자산운용사가 배당 등 주주환원 계획과 이사회 독립성 등을 요구한 비율은 43.2%에서 30.1%로 줄어들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자산운용사의 주주 활동 주제가 조금 더 다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환경·사회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평판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만큼 자산운용사의 이같은 요구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요구에 환경·사회 관련 사건·사고 사례 중 기업이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한 안건은 약 91%에 달했다. 환경정보 공개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도 85%가 넘는 사안에 답변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해 카카오에 탄소 배출량 정보와 기후변화 대응 목표와 전략 등이 담긴 탄소정보 공개(CDP) 요구에 3년 동안 응답하지 않은 사유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카카오는 “2021년까지 환경 데이터를 집계·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며 “2022년부터 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자산운용사가 다양한 주제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배당 요구나 공개 서한 보내기 같은 전체 주주 관여 활동 규모 자체는 줄었다.
지난해 자산운용사 중 주주 활동에 참여한 곳은 13사(22.8%)에 그쳤다. 이는 2018∼2020년 주주 활동 비율이 평균 31.4%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10%포인트 줄어든 규모다. 이 비율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자산운용사에만 한정된 만큼 전체 자산운용사로 확대하면 더 줄어들 수 있다.
주주 활동 공개 내용도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자산운용사는 주주 활동을 하더라도 어떤 주제와 관련해 기업에 요구했는지만 공시할 뿐, 질의나 답변 등 구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알리는 경우가 드물었다. 특히, 2018년에 29건이었던 공개서한 방식이 지난해 0건으로 줄어드는 등 비공개 방식을 통한 주주 활동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주주 활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현지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주주 활동의 주제와 대상 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응과 후속 조치까지 공시하는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며 “특히 환경·사회 관련 주주 활동은 일회성에서 끝나지 않고 향후 이행 여부를 꾸준히 점검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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