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 가닥에도..당헌 해석부터 소송 리스크까지 '산 넘어 산'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도 '아리송'..'작심 비판' 이준석, 가처분 나설 수도
(서울=뉴스1) 최동현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이 당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당헌·당규상 요건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첨예해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비대위 전환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당내 의견도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어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권성동 원내대표 주재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지만, 선출직 최고위원(정미경·김용태) 2인이 참석하지 않아 무산됐다.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비대위 전환 및 최고위원 사퇴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초선·재선·중진 의원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가진 뒤,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총의를 모은다는 입장이다.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를 논의하고, 저녁에 최고위를 열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상임전국위원회가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하면 당은 비대위 체제로 재편된다.
다만 비대위가 닻을 올리기까지 풀어야 숙제는 '산 넘어 산'이다. 당헌·당규상 비대위 출범 요건을 놓고 해석이 첨예한데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최고위원들과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5선)이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인 점도 갈등 요인이다.
최대 쟁점은 '비대위 출범 요건'이다. 당헌 96조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준석 당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된 만큼, 남은 변수인 '최고위 기능상실'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관건이 됐다.
당내에서는 최고위 기능상실 요건을 놓고 '전원사퇴론'과 '과반사퇴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고위는 당헌 31조에 따라 재적인원 9인으로 구성되지만, 당원권이 정지된 이준석 대표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사퇴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빠지면서 현원은 7명이다. 여기에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 3인이 줄사퇴하면서 4명(권성동·성일종·정미경·김용태)이 남았다.
친윤계는 최고위원 7명 중 과반인 4명이 사퇴하면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권 원내대표도 지난 29일 '비대위 찬성론'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당연직 최고위원인 성일종 정책위원장도 사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정미경 최고위원과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뜻이 없음을 재차 밝히면서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하는 것 자체가 다들 책임을 방기하는 것", "권 원내대표도 원내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최고위 현원이 이준석 대표를 포함해 5명이라고 주장하면서 그중 과반(3인)이 참석하면 최고위를 열 수 있고, 현행 체제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 및 절차도 쟁점이다. 당헌 96조 3항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만 임명할 수 있다. 명문대로라면 '직무대행'인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 점을 지적하면서 "이준석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로 가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당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의 반발도 변수다. 서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국위를 열어서 비대위를 설치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했다. 오히려 그는 전국위를 개최해 사퇴한 최고위원 몫을 채울 '새로운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것이 당헌·당규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당헌 19조 1항에 따르면 전국위 기능으로 '최고위원 궐위시 최고위원 선출'을 규정하고 있다.
서 의원은 "선출직 최고위원 궐위시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전국위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해야 한다고 (당헌에) 단정적으로 돼 있다"며 "당내에서 여러 의견이 난무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과정에 충실해야 하고, 당헌·당규에 충실해야 뒤탈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가 '법정 공방'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비대위는 '조기 전당대회'를 전제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이 대표 입장에서는 징계 성격이 '당원권 정지'에서 '제명'으로 사실상 격상된다. 당이 비대위 체제를 의결하더라도 이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당내 혼란은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31일) 조수진 최고위원 사퇴 직후 페이스북에 "저자들의 우선 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라며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그간 사자성어와 노래 가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당내 상황을 비판했던 태도를 버리고 거칠고 직설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모습이다.
정치권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백가쟁명식 논쟁이 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위로 갈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이 있느냐, 비대위 성격은 어떻게 할 것이냐, 비대위가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이냐 등 쟁점이 많고 의견도 매우 다양하다"며 "곧바로 총의를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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