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학원 뺑뺑이" "1시 하교 뒤 돌봄 누가"..학부모·교사 반발 확산

서한샘 기자 2022. 8. 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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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연령 하향 정부 명분에 공감 못해.."교육격차만 더 심화"
"15개월 차이 애들 한 반에"..과도기 연령대 학부모 불안 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1년 낮추겠다고 밝힌 뒤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공론화 등 사전 논의나 정책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가 이뤄져 논란에 부채질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와 이후 몇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출발선상에서의 교육격차를 조기에 해소하고자 한다"며 거듭 취학연령 하향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밝힌 개편 명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 않는 형국이다.

정부에서는 공교육 체계로 아이들이 일찍 들어올 경우 그만큼 출발단계에서의 교육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학부모와 교사들은 되레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사인 A씨는 "학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불안한 마음에 사교육을 시킨다"며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긴다고 해서 사교육 과열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오히려 아이들이 사교육에 노출되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부 등의 자녀는 하교와 동시에 '사교육 뺑뺑이'에 시달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오후 5시쯤 하원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1시께 하교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제개편이 이뤄질 경우 과도기 연령에 해당하는 2018~2022년 출생 자녀의 학부모는 더 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브리핑을 통해 2025년부터 4년에 걸쳐 학제 개편을 추진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시행 첫해에는 2018년생 전체와 2019년 1~3월생이 입학하고 이듬해에는 2019년 4~12월생과 2020년 1~6월생이, 셋째해에는 2020년 7~12월생과 2021년 1~9월생이, 넷째해에는 2021년 10~12월생과 2022년생 전체가 입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2019년 1월생 자녀를 둔 이모씨는 "길게는 15개월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한 반에 있는 것 아닌가"라며 "어린 아이 사이에서 신체적·정신적 발달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데 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라고 걱정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브리핑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News1 안은나 기자

이 같은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자 박 부총리는 업무보고 후 CBS, YTN 등 방송 인터뷰를 통해 "초등 1~2학년에 대해서는 저녁 8시까지 돌봄을 보장하겠다", "저출생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검토된 것은 전혀 아니다", "입직 연령 단축은 부차적인 결과" 등 발언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불안이 확산되는데는 무엇보다 사전 논의나 정책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업무보고를 기점으로 국가교육위원회와 전문가 자문 등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미 발표된 내용에 대한 반발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박 부총리는 업무보고 이후 지난달 30일 YTN 24에 출연,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면 초등학교 1년 조기 입학이 철회될 수 있냐는 질문에 선을 그었다.

박 부총리는 당시 인터뷰에서 "그렇지는(철회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의 미래와 취업에 대한 정보를 학부모들께 공유하게 되면 어머님들의 생각이 바뀔 여지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님들이 굳이 '이건 아니다'라고 하면 선택형으로 열어주는 것이지, 저희가 희망하는 이 좋은 정책이 국가에도, 아이들의 미래에도 혜택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학제 개편은 중장기 교육 비전, 과제를 논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해 확정하면 교육부가 실무적으로 추진할 문제"라며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의 일시적인 보고를 통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학제 개편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열고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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