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초등입학' 논란 가열.."격차 해소 필요하나 부작용 우려"
기사내용 요약
교육부 학제 개편안 발표…"요람부터 국가가 책임"
학계 "교육 격차 해소 관심 환영, 장단점 분석 필요"
학부모·교원단체 "발달단계 고려하지 않은 계획"
조기 사교육·돌봄 문제 제기도…의견 수렴 예정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내리는 학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목표로 내세운 '국가 책임제 강화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는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입학 연령을 내리는 방안으로는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되레 아이들과 부모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등이 찬반 양론이 뜨겁다.
1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앞당기는 학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2024년 방안을 확정해 그다음 해부터 입학 시기를 당기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2019년생을 한꺼번에 입학시킬 경우 공간과 교사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2025학년도에는 만 6세인 2018년생 전체와 2019년 1~3월생이 입학한다.
이번 학제 개편안의 취지는 가정 여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아이들의 교육 격차를 국가가 조기에 책임지고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박 부총리는 "사회적약자 계층이 빨리 공교육을 받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정책의 목적"이라며 "국가가 요람에서부터 의무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표명된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선 '교육 격차 해소'라는 목적 자체엔 공감하는 분위기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과 가정환경에 따라 어린 시절 주어지는 교육 기회가 차별적이고, 이때 발생한 격차가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있어서 한 살 일찍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과 유아교육의 국가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 사이 신중한 검토를 주문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아교육 단계에서의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관심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지금처럼 1학년 앞당기는 방법과 기존의 유치원 교육을 공교육화하는 방법을 두고 장단점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육학과 교수는 "K-학년제라고 해서 유치원 과정을 의무학제로 넣는 나라들은 많지만 만 5세를 초등교육 대상으로 보는 나라는 많지 않다. 굳이 초등학교 과정에 넣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선 정책이 현실화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초등교육 체계가 만 5세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고 본래 취지와 달리 사교육에 더 일찍 뛰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교육부 발표 후 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 발달 시기가 지연돼서 7살에 한글 떼기 어려운 아이들도 많은데 입학을 앞당기는 건 무리 같다", "느린 아이들도 있는데 학교만 들어가면 해결 되는 거냐. 영유아 조기교육에 열 올리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등의 글이 게재됐다.
"초등 돌봄은 그냥 시간 때우기 수준인데 만 5세를 그런 곳에 맡길 수 있나. 돌봄이 확충되지 않는 한 부모 중 한 명은 퇴사하고 결국 외벌이가 돼 경제적으로 힘들어진다"며 돌봄 문제를 제기하는 부모도 있었다.
유·초 교육계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대폭적인 교사 수급, 교실 확충과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것은 물론 (개편된 학제를 거친) 이들이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 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는 "(학제 개편 후) 원아 수 급감으로 폐원이 급증하면 유아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유아교사의 실직사태가 급증할 것"이라고 경영난을 우려했다.
교육부는 사전 준비를 위해 내부에 학제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정책 연구에 착수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앞으로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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