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프로야구, 동반성장 불가능한가

권정식 2022. 8. 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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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후반기를 맞았다. 일찌감치 굳어진 듯한 판도에 변화가 없으면 그만큼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운찬 KBO 22대 총재(2018.1~2020.12 재임)는 대한민국 최고의 '동반성장 전도사'다. 그는 국무총리를 퇴임한 후인 2010년 12월,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동반성장'이라는 화두를 한국 사회에 알리는데 힘썼다.

2012년 8월에는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해 현재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자'는 사회철학을 말한다. 정 전 총재는 빈부 격차의 심화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반성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달성하고 경제적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동반성장은 최선의 대안이라며 관련 포럼 개최와 강연, 논문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동반성장의 개념이 스포츠 분야, 특히 프로야구 발전에도 도움이 될까. '승자독식(한국시리즈 우승)'의 처절한 승부가 펼쳐지는 프로야구계에서 동반성장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동반성장의 정신'은 프로야구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어젠다다.

올시즌처럼 후반기 시작 직후 강-중-약팀이 사실상 정해져 버리면 10개 구단의 고른 성장을 결코 이룰 수 없다. 관중은 썰물처럼 밀려나고 입장료 등 각종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경기당 평균 관중 1만명 시대의 재현은 언감생심이다.

특히 사상 최다 점수차인 롯데의 0대23 패배, 삼성의 팀 역대 최다인 13연패, 한화의 사상 최초의 3시즌 연속 10연패와 3시즌 연속 10위(올해는 예상 순위), 시즌 100패 예상은 성장의 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해마다 시즌이 열리기 전부터 양극화가 뚜렷해지면 어떤 팬이 한시즌 내내 구장을 찾을까.

현재 KBO 리그에서 '전력 평준화' 조치는 신인 드래프트 때 하위팀에게 지명권을 우선 배당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우선 순위로 뽑은 선수가 전력에 크게 기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표적인 선수가 계약금 9억원을 받고 지난해 키움에 입단한 투수 장재영(20)이다. 그는 최근 퓨처스 리그에서 선발 2이닝동안 6실점하는 등 부진을 거듭해 잘못 스카우트한, 다시 말해 지명권을 날려버린 최악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선수 트레이드는 얼핏 보면 팀 결점을 보완하는 좋은 카드로 보인다. 그러나 트레이드는 상호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평준화의 일환이라고 보긴 어렵다.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단 한건의 트레이드도 없었다는 게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샐러리캡(연봉상한제)이 전력 평준화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KBO 리그의 샐러리캡은, 정해진 총 연봉 한도를 절대 넘지 못하게 하는 NFL(미국풋볼리그)의 하드 샐러리캡과 다르다. 한도 기준을 넘어서면 제재 벌금을 납부케하는 소프트 샐러리캡이어서 돈많은 구단이 욕심을 부리면 키움같은 독립구단은 스타 선수 영입에 밀릴 수밖에 없다.

시즌 막바지까지 우승팀을 점칠수 없는 짜릿한 승부를 연출하는 NFL은 10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를 제치고 2015년부터 미국 최고 인기의 스포츠로 떠올랐다. KBO 리그도 2,3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하드 샐러리캡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동반성장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동반성장의 발목을 잡는 건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프런트)에 있다. 롯데는 3년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 활약했던 성민규씨를 파격적으로 단장에 임명했지만 롯데는 올해 외국인 선수를 2명이나 중도 교체하는 등 전력에 큰 차질을 빚어 5강의 꿈이 사라지고 있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지만 프런트에서 효율적으로 집행을 못해 1위 SSG와 무려 35경기차(1일 현재)가 나는 최하위에 처져 있다.

또 고교, 대학 유망주들을 1년 내내 쫓아다니는 각팀 스카우트들이 지명권을 잘 활용하면 약팀은 전력 상승의 기회를 꾀할 수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외부 FA(자유계약선수)의 영입도 전력 평준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선수를 보는 '눈'이 어긋나 해마다 '먹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KBO 리그는 후반기가 막 시작된 시점에서 동반성장은커녕, 세계 프로야구 사상 유례가 없는 '트럭 시위, 스케치북 시위'로 난장판을 겪고 있다.

인사(人事) 만사(萬事)라고 했다. 하위팀들의 공통점은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앉히지 못한 것이다. 구단 사장과 단장의 역할,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의 인사가 어느해보다 중요한 올시즌이다. 본지 객원기자

김수인 객원기자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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