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6개국 좌파 정부들, 우크라전·고물가로 고전

강영진 2022. 8. 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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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멕시코·칠레·콜럼비아·페루·아르헨·브라질 등
사회복지 늘리는 정책 공약으로 집권했지만
경제 악화로 실천 어려워 지지율 크게 추락

[산티아고=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대통령궁 근처에서 대학생들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첫 연설을 하는 날, 학생들은 학비 면제, 성차별 없는 교육, 학생 부채 탕감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2022.06.0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018년 멕시코에서 좌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당선한 이후 중남미 지역 최대 경제국 6곳에서 좌파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이 올 연말 브라질 대선에서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기존 우파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팬데믹으로 인한 고통 등이 좌파정부의 승리에 기여했으나 새로 들어서는 좌파정부 앞길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물가 등 유권자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여러 상황들로 큰 시련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페드로 카티요 페루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 콜럼비아 대통령 모두 대변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는 공약으로 당선했지만 유권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기가 크게 어려운 걸 실감하고 있다.

2000년대 초 10년 동안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좌파 후보들은 경제 활황에 따라 중산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후보자들이 사회복지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했다.

그러나 지금 중산층이 줄어들고 경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 이민 증가와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좌파 알레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집권한 아르헨티나에서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거리를 점거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집면서 당선된 지 얼마 안된 우파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이 위기에 빠졌다.

우드로우 윌슨 국제학술센터의 석좌연구원 신시아 안슨은 "여러가지 문제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쳐 최악의 상황이 빚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 사용이 일반화돼 불만이 쉽게 표출되고 시위가 촉발되면서 칠레와 콜럼비아의 경우 시위대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남미 최대국가 브라질의 경우 오는 10월 대선에서 극좌파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이루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콜럼비아와 칠레의 새 좌파 지도자들은 과거의 좌파들보다는 덜 급진적이지만 화석연료 사용 중지와 임신중절 허용 등의 진보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제정책에서 민주주의 원칙까지 모든 면에서 입장이 제각각이다.

페트로 콜럼비아 대통령과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 확대를 주장하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도자들 사이의 공통점은 모두 힘든 대대적 개혁을 약속하고 있다는 점 뿐이다.

칠레의 경우 보리치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폐기를 내세워 당선했다. 그러나 취임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경험이 부족한 각료와 분열된 의회, 고물가, 남부 지역의 소요사태로 보릭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이달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90%가 칠레 경제가 침체됐고 후퇴하고 있다고 답했다. 칠레의 물가상승률은 30년래 최고인 11.5%에 달한다.

칠레 남부에서는 마푸체 원주민과 주정부 사이의 분쟁이 20년래 최악으로 치달아 보릭 대통령은 공약을 뒤집고 군대를 파견해야 했다.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의 카탈리나 베세라(37)는 "우리 세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보리치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그가 하는 일이 신뢰가 안간다"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

오는 9월 칠레는 성평등, 환경보호, 원주민 인권 등에서 매우 진보적으로 개정된 헌법을 채택하는 국민투표를 한다. 보리치 대통령은 헌법 개정안에 모든 걸 걸고 있지만 여론 조사 결과는 유리하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페루의 경우 카스티요 대통령은 거의 무명이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온 게이코 후지모리 대통령에 맞서 농부들에 대한 보조금 증액, 융자지원 및 기술 지원을 약속하는 등 가난한 사람과 지방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승리했다.

그러나 카스티요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거의 사망 상태다. 소속 극좌정당과 극우 반대파 사이에서 휘둘려 제대로 통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지율이 19%로 떨어진 카스티요 대통령은 5가지 범죄혐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미 두 차례 탄핵시도가 있었으며 내무 장관을 6번 교체했다.

농업개혁 약속은 거의 진전되지 못하고 있으며 식품과 연료, 비료가격이 치솟으면서 지지 기반이 무너졌다. 복합비료를 구하지 못한 농부들은 수십년래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러시아에서 구입하던 것이 전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수도 리마의 빈민촌 부모들은 아이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끼니를 거르고 있다.

페드로 콜럼비아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전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전 가구의 40% 이상이 최저임금의 절반이 못되는 월 100달러(약 13만원)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은 10%에 달한다.

페드로 당선자는 최대 정적인 알바로 우리베 현 대통령과 만나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지만 신망이 높은 예일대 출신 경제장관을 임명하는 등 수습을 위해 노력하면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거의 없어 새 대통령에 대한 허니문 기간도 빠르게 끝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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