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D-100일..경제 문제냐? 사회 이슈냐?
경제 상황, 낮은 지지율로 바이든 고전
민주당은 총기규제·임신중단 이슈 부각
미국 중간선거가 31일(현지시간) 현재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월8일 실시되는 중간선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2020년 대선 및 의회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상대로 승리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남은 임기 동안 국정 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상·하원 다수당 지위 유지가 긴요하다. 공화당으로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하고, 경제 환경도 좋지 않은 만큼 이번 선거를 의회 주도권을 탈환할 호기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와 정치적 환경, 과거 사례 등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불리한 처지다. CBS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지난주 유권자 17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1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 하원 의석 230석, 민주당은 20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하원은 민주당이 220석, 공화당이 211석, 공석 4석인데 민주당이 15석을 잃고, 공화당이 19석을 늘려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분석전문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 역시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17%,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을 83%로 점치고 있다. 다만 상원은 민주당이 이길 확률이 56%로 공화당의 44%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도 미국 중간선거는 여당에게 불리했던 경우가 더 많았다.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8년 중간선거 당시 하원 의석을 41석이나 추가해 하원 주도권을 쥐었다. 반대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1기인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에서 63석이나 뺏기면서 공화당에게 다수당 지위를 넘겨줬다.
고유가 등으로 인한 40년 만에 최악의 물가 상승, 급격한 금리 인상, 경기침체 불안감 확산 등 서민과 기업을 옥죄는 경제적 불확실성은 공화당이 정부·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지난주 나온 USA투테이·서포크대 여론조사 결과에서 유권자의 20%는 경제가 중간선거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답했다. 인플레이션을 가장 크게 신경 쓴다는 답변도 11%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 평균이 지난 6월 40%대에서 30%로 내려앉은 데에는 경제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은 경제 문제만 물고 늘어져도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석권하거나 하원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의 강력한 견제에 직면하게 된다. 공화당은 이미 행정부 인사와 예산에 대한 송곳 검증은 물론이고, 대선 때부터 추문이 따라다닌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국정조사 등 공세를 예고했다. 이런 변화는 미국 국내 정치뿐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11월 중간선거 결과는 세계적으로도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반전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부터 잇따라 터진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 대법원의 임신중단 권리 폐기 판결은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크게 자극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강력한 총기 규제,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 보장 등을 입법화하려면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계속 쥐어야 한다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총기 규제, 반도체 투자 등에 관한 법안이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되고, 기후변화, 약값 인하 등에 관한 민주당 내 타협안이 나오는 등 입법 관련 성과도 민주당에 반가운 소식이다. 민주당은 경제 이슈를 앞세운 공화당에 맞서 안전과 임신중단 권리 등 사회 이슈로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전 대통령 변수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최근 청문회를 통해 지난해 1월6일 의회 습격 사건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들춰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CNN방송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사태와 관련해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으로 행동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일부 극우·극단주의적 성향 후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원에 힘입어 공화당 경선을 통과한 것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를 지지율이 낮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식 극단주의로의 회귀를 막기 위한 선거로 몰아갈 수 있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으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네거티브 효과를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숙제다.
마지막 변수는 시간이다. 선거까지 남은 100일 동안 현재의 경제 환경과 여론 지형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기름값이 급상승할 수도 있고,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휩쓸면서 보건 위기가 악화할 수도 있다. 다른 사회적 문제가 돌출하면서 임신중단 문제나 1·6 사태에 쏠린 관심이 식을 수도 있다. 통계 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이런 변수들을 거론하면서 “여러 가지 ‘만약(ifs)’들이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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