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 언론 대부 머독과 트럼프 소원해지는 중" WP

강영진 2022. 8. 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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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머독 산하 뉴욕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의회폭동 조사 관련 트럼프 비난 사설
트럼프 대통령 시절엔 협조 관계 구축
"실용주의 머독, 돈안되면 즉시 갈라서"
둘 사이 파탄났다고 장담하긴 어려워

[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1월 6일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발생한 폭동에 대한 하원의 청문회가 9일(현지시간)시작됐다. 2022.06.1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해온 미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방송 폭스뉴스가 미 의회의 지난해 의회폭동 사건 조사를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주 루퍼트 머독이 트럼프가 정치적 기반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머독 소유 신문 2곳이 미 의회 특별위원회의 1차 보고서가 나온 직후 사설을 실으면서 머독의 의중에 대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사설에서 "의회 조사에 대한 트럼프의 침묵은 유죄의 표시"라고 썼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기에 밑천이 드러난다…트럼프가 그렇다"고 썼다.

트럼프는 머독의 지지에 크게 의존해왔으며 2020년 선거 패배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범죄자로 주목되면서 민간과 정부 조사를 받는 가운데 세번째로 대선에 출마하려 하자 머독이 트럼프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으로 알려진다.

머독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함으로써 미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폭스TV는 지난번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트럼프의 격분을 사기도 했다.

머독은 평생 신문 편집자들에게 직접 전화해 그날의 최대 뉴스를 토론해왔다. 2019년 맏아들 래츨런 머독에게 폭스사 의장 및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은퇴한 뒤에도 여전하다.

그는 의회의 의회폭동 조사와 관련해서도 경영진들에게 전화해 새로 밝혀진 사실들을 묻곤 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영국의 대중지 선에서 손을 뗀 뒤로는 뉴욕포스트의 케이스 풀 편집국장과는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있다. 머독은 풀국장의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해 의회 조사에 대해 여러번 토론했다. WSJ 논설주간 폴 기곳과도 자주 통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독은 정치 상황에 관심이 크며 주로 공화당 정치인과 자주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관계면에서 항상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필요하면 진보 인사를 지지하기도 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지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머독 소유 신문들의 사설만 보면 머독의 트럼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으나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서서히 소원해지고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머독은 트럼프가 뉴욕포스트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수십년 동안 지켜봐 왔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을 처음엔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2015년 7월 트럼프가 공화당 존 매케인 의원을 비난하자 "트럼프가 나라는 고사하고 친구들이라도 당황하지 않게 하면 좋겠네"라고 트윗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에게 만나자고 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머독이 유보적 태도를 거두고 협조관계를 구축했다. 한 폭스뉴스 해설자는 "트럼프에 충성하는 듯 비쳐야 돈이 되지만 돈이 벌리지 않는 순간 그런 태도가 바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폭스TV가 충성을 다하지 않는 듯 보일 때마다 공격했다. 폭스사가 트럼프를 가장 크게 공격한 사례는 2020년 대선 개표보도에서 애리조나주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고 예측한 일이다. 결국 사실로 판명난 이 보도로 폭스TV는 트럼프는 물론 보좌관들과 가족들, 폭스TV 시청자들로부터 맹비난당했다.

이후 폭스TV는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 지난해 1월 뉴스프로그램을 토론 프로그램으로 바꾸고 친 트럼프적인 제시 워터스를 진행자로 기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결정,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고물가, 휘발유 가격, 멕시코 국영 및 범죄 문제 등을 집중 비판하면서 시청률이 급등했다.

일부 프로그램은 2020년 선거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의 줄기찬 노력을 지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의 변호사인 시드니 파월, 루디 줄리아니를 출연시켜 선거부정을 주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선거기술지원 회사 2곳이 폭스 TV를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폭스사는 성명에서 "언론 자유가 우리 민주주의 기초이며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점에서 소송에서 이길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송 제기 이후부터 트럼프 진영의 선거부정 주장을 거의 다루지 않기 시작했다. 한편 션 해너티와 로라 잉그럼 등 폭스 TV 진행자들이 의회폭동에 대해 크게 우려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폭스 TV는 전반적으로 트럼프가 폭동에 관여했다는 비판을 자제한 것으로 의회 조사에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폭동을 우려하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직후 잉그럼과 해너티는 특별위원회와 이를 보도한 언론을 맹비난했다.

한편 폭스 TV의 다른 진행자들은 트럼프의 선거부정 주장을 그만두도록 채근했고 트럼프는 "폭스를 포함한 일부 언론이 선거부정에 대해 언급하길 싫어한다"고 쏘아부쳤다.

폭스경제뉴스 진행자 스튜어트 바니는 의회폭동 뒤 트럼프의 정치경력이 끝났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머독 본인도 지난해 11월 주주줄과 모임에서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매달리면 복지, 교육, 경제 문제에 대한 공화당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머독 측근들은 트럼프에 대한 머독의 불만이 커져왔다고 전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두 사람이 대화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머독의 실용주의적 태도와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 때문에 두 사람 관계가 언제 파탄이 날 것인지 장담할 수는 없다.

의회조사 보고서가 나온 뒤 트럼프를 비난한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도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주장을 펴는 등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폴리티코는 이날 두 신문의 사설에 대해 논평하면서 "머독이 트럼프와 완전히 끝난 사이인가? 아니다. 머독은 트럼프에 등을 돌리지 않았다"고 썼다.

폭스뉴스 진행자들은 트럼프 대신 공화당 후보가 될 만한 사람들에 대한 보도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트럼프가 퇴임 후 처음으로 워싱턴에서 연설할 당시 폭스뉴스는 트럼프에 대해 짧게 보도하는 대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연설은 17분 연설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지난 주에는 다른 유력 공화당 후보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집중 보도했다.

지난 25일에는 드산티스 주지사가 트럼프보다 지지율에서 앞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폭스가 "의도적으로 내 지지율을 줄였다"고 맹비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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